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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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 김종대<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
  • 승인 2016.09.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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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의 대표명절인 한가위다. 기후변화의 영향 탓으로 대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것 같이 뜨거웠던 올 여름 무더위의 기세도 한가위가 다가오면서 한풀 꺾이고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기까지 하다. 전통적 농경민족인 우리에게 한 해 동안 땀 흘려 지은 농사의 결실을 맺는 시기인 추석은 삼국시대 이래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큰 의미로 자리 잡아 전승되고 있다. 오래된 추석의 역사만큼이나 세시풍속으로 전래되는 양식은 다양하다. 한 해 동안 소중히 가꾼 햇곡식으로 송편과 술을 빚고 햇과일들로 상차림을 하여 조상님들에게 올리는 차례를 시작으로 차례 상에 올렸던 음식들을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음복(飮福)을 한다. 식사 후에는 자손들이 함께 조상의 묘소를 들러 성묘를 한다.

요즘은 추석이 또 다른 연휴 시즌으로 인식되어 해외로 여행을 나가는 사람들로 인천공항이 북새통을 이루기도 하지만 대개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윷놀이도 하고 고향의 친구들이나 이웃 친지들도 방문하여 안부를 묻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전통적으로 추석에는 며느리들이 친정을 방문하는 근친을 가게 했다. 떡과 술 등을 갖고 친정에 근친을 가서 친정부모형제들을 만나 그간 나누지 못했던 정을 나누는 시간을 보낸다. 그런 전통은 지금도 차례와 성묘가 끝나고 시댁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나면 친정을 방문하는 것으로 추석의 전 일정이 정형화 된 것 같다. 우리나라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추석 전날 가족들이 함께 모여 빚는 송편을 빼놓을 수 없는데. 송편을 예쁘게 만들면 예쁜 배우자를 만나게 되고, 잘못 만들면 못생긴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조상님께 드리는 음식은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이웃나라 중국에도 음력 8월 15일에 4대 전통 명절 중의 하나로 ‘중추절(仲秋節)’을 보낸다. 중추절에 대한 기원이 많기는 하지만 중국인들은 중국신화에 나오는 달에 사는 여신인 ‘항아(嫦娥)’가 인간 세상에 복을 내려 준 덕분으로 풍년농사를 이루었다고 여겼고 이 때문에 중추절이 되면  달에 바치는 음식으로 둥근달 모양의 중국전통 쌀 과자인 ‘월병(月餠)’을 만들어 먹으며 달의 여신 ‘항아’를 향해 소원을 빌었다고 전해진다. 공산당 집권이후 60년대의 문화혁명과 70년대의 비림정풍(批林整風)운동과 비공(批孔)투쟁을 거치면서 안타깝게도 현재에는 중국 4대 명절이라는 의미는 퇴색해 버렸고 중추절이 되면 가족들이 함께 모여 월병을 먹는 날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추석이 음력 8월 15일인데 반해 가까운 나라인 일본은 양력 8월 15일을 ‘오봉(お盆)’기간을 지내는데 일본의 오봉과 우리의 추석은 비슷한 면이 적지 않다. 우리가 송편을 빚어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인들은 오봉기간에 쌀가루를 반죽해 추석 보름달처럼 하얗고 둥근 츠키미 당고(月見團子)를 빚어 먹는다.  갖가지 오봉음식을 장만하여 친척들과 함께 함께 나누고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한다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의 풍습과 우리네 추석명절과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봉은 원래 유교식 명절인 중추절(仲秋節)에서 시작되었지만, 일본 막부시대에 불교와 일본의 전통이 결합되어 종교화 되었던 역사적인 사실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 시작이야 어찌되었던 간에 일본과 우리나라가 설날과 추석을 민족의 최대명절로 보낸다는 점은 재미있는 대목이다. 

올 해도 나라 안팎으로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이 많았다. 전 세계는 테러의 위협에 움츠러들었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많은 피해를 보았으며 경제여건도 좋지 않아 청년실업과 장기불황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추석에는 힘들고 고단했던 삶의 시름을 잊고 가족과 친척들과 고향 친구들을 만나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며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를 소망해 본다. 풍성한 추수에 대한 감사와 조상에 대한 보은이라는 추석 명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면서 홍주일보 독자들 모두 남은 한해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같으시길 기원해 본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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