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대한민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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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대한민국 <2>
  • 윤장렬 칼럼위원
  • 승인 2016.12.0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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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3. 지금의 혼란 정국에서 가장 큰 우려는 무엇이 문제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지금 대두되는 문제의 요지는 크게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 ‘박근혜의 권력 사유화’이다. 이를 놓고 대중들은 ‘박근혜 하야’와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까지 국정 운영을 비선에서 관리, 조정됐다는 일은 무척이나 어처구니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중은 ‘비선 최순실’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박근혜의 사람들로 지칭되며 국정을 운영했던, 계선(系線), 즉 비선의 반대인 계선의 실세들(대표적인 인물, 김기춘)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운영해 왔던가? 세월호에서 사드 배치는 물론 노동자 탄압 등등 지난 몇 년간 국민들은 ‘국가 폭력 책임자 처벌, 박근혜 정권 퇴진’을 꾸준히 외쳐왔다. 더불어 지금까지 박근혜 정권은 재벌 기업들과 정치권력자들만을 위해 복무했던, 그래서 그는 국가 권력을 지속적으로 사유해왔던 대통령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 대중은 마치 새로운 사실에 대한 폭로나 갑작스러운 환멸이 있었던 것처럼 분노하고 있다. 유체이탈 박근혜와 비선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본질적인 문제 접근에 대중들의 관심만을 흐리게 할 뿐이다.

우려 4. 지금의 혼란 정국이 또 다른 혼란에 처한 원인은 정부와 야당을 비롯한 정치 정당 그리고 검찰과 언론 등 각기 다른 사회적 기관들이 상호 관계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 즉 모든 기관들이 지배 권력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공동체 내에 형성되었던 사회적 룰(법)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법, 즉 사회적 룰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정해진 규칙들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기 사람을 체용하고, 학교 입학과 졸업이 청탁과 회유로 해결되는 문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노동법과 공무원법 또는 학칙은 오직 타인을 규제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되고 있다. 법 대신 관계가 중시되는 문화는 사적인 공간을 넘어, 사회 조직 내에서도 보편화, 고착화되었다.

업무 담당자 개인에 대한 전문성보다 조직 간의 관계가 우선되고, 조직의 능률이나 성공적 운영보다 상호 이해관계가 더 중시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는 법의 기능을 상실시켰다. 정부기관이나 검찰 또는 언론기관에서 기능하지 못하는 규율과 규칙은 기관의 내적 구조는 물론, 타 기관과의 관계에서 여전히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본질적인 사회적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는 이유는, 나 스스로도 내 이웃도 그리고 내 지역에서도 청탁과 회유가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최순실이 행한 청탁들과 비리들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부도덕으로 혀를 차고 있다. 필자는 한국 사회가 최순실을 보면서 최순실에 분노하는 지금의 현상에, 결국 만인이 묵인하고 있는 무법치 국가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 또한 여전히 법적 관계가 아닌, 우리의 해악적 문화가 작동되고 있음을 우려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양심적 고발자를 기대할 뿐이다.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처럼 역동적인 시민들의 정치 활동에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논의들이 다양하길 바란다. 지금 혼란 정국은 ‘최순실의 대한민국’으로 집중되어, 박근혜 하야와 최순실을 비롯한 주변인들을 벌하는 수위로 끝날 공산이 크다. 나쁜 지도자를 끌어내는 일도 민주 사회로의 단초가 되겠지만, 좋은 지도자를 갈망하는 민중에서 잘못된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정치적 참여가 내 삶과 내 주변을 바꿀 수 있는 참 동력이 될 것이다.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하는 정치적 혼란이 아닌, ‘최순실이 대한민국’ 그 자체라는 비판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지금의 난리에서 박근혜 하야만을 외치며 분노하는 대중들을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다는 불쾌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윤장렬 칼럼위원<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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