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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희<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대표·주민기자>
  • 승인 2016.12.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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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문화예술단체 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잇다’를 만든 지 2년이 넘어가는 해입니다. 처음 계획했던 일들이 잘 진행이 되었는지 꼼꼼히 체크해보는 한해의 마지막 달이기도 해요. 장애인분들의 예술적인 끼를 어떻게, 얼만큼 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주였던 2016년이었지요.

2016년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잇다에서는 장애인, 비장애인 예술가가 모여 홍성군내 초·중학교에 찾아가는 공연으로 마술과 성악, 캘리그라피 퍼포먼스 등으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우린 장애인이지만 또한 한 아이의 엄마, 고모, 선생님으로 불리는 또 다른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친근하게 우르르 몰려와 배꼽인사를 하던 아이들이 다시 보고 싶습니다.

가을에는 홍성군청 여하정에서 한복 캘리그라피 패션쇼도 열었지요. 홍성군민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유치원 아이부터 초, 중학교 학생, 초등교사, 다문화가정 어머님, 장애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가장 한국적인 소재인 한복과 한글로 만나 하나로 버무려지는 시간이었지요. 외국인 관람객들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장애인모델들과 함께했던 비장애인 모델들 간의 유대감도 깊어졌습니다.

마지막 행사였던 창작뮤지컬, 일 년 동안 준비했던 터라 내 자식 같은 창작뮤지컬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350여명의 관객들의 감상은 감동이라는 단어로 입을 맞춘 듯 했습니다. 그래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감흥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정작 우리가 원했던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얼마나 되었을지…
무엇보다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들 간의 돈독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 년 동안 서로 부대끼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겠지요. 그게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자 재미 아닐까요? 첫 공연이 마지막 공연이 되지 않도록 여러분이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잇다의 마지막 행사 창작뮤지컬을 끝내고 직원 분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내년 사업을 구상하고 기획합니다. 2016년 사업들은 국비보조금은 하나 없이 순전히 공모사업에 선정된 사업들입니다. 직원들은 월급 없이 사업을 구상하고 진행하였지요. 뭔 고생을 사서하냐는 절친들의 핀잔도 들었지요. “3년 동안은 자리 잡고 고생할 작정을 하고 달려들어라.” 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비영리 단체 잇다를 만들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예요. 맞습니다. 누가 보기엔 고생길, 좁은 길일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는 말로 일축합니다.

인맥 따라 혹은 자본이 많아 단체하나 만드는 것쯤은 일도 아닌 그들과는 달리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뿌리를 밑바닥부터 내린 터라 흔들어도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속도는 조금 느릴 수 있겠죠. 언젠가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공간과 일들은 척척 해내리라 믿습니다. 공연을 함께 다니며 뮤지컬을 준비하며 으쓱해하던 장애인 예술가들이 모습을 기억합니다. 대중 앞에 예술가로 우뚝 섭니다.

장애예술가들의 내재된 열정과 에너지를 느끼는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내년에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추고 부대껴가면서 준비하여 함께 우뚝 서는 무대가 많아지길 바래봅니다. 바로 동행입니다. 진심어린 동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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