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과 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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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과 풍수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7.01.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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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迷信)이란 세상의 미혹(迷惑)한 것들을 믿는다는 뜻이다. 미신은 대체로 과학적 근거나 합리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시험이 있는 날에 미역국을 먹으면 결과가 좋지 않다거나, 빨간 글씨로 이름을 쓰면 곧 죽게 된다거나, 신발을 선물하면 도망간다거나,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나 귀신이 나온다는 것들은 모두 근거가 없는 말들이다.

숫자 ‘4’가 ‘死(죽을 사)’를 연상한다 해 기피하는 것이나, 눈 다래끼가 났을 때 눈썹을 뽑아 돌멩이 위에 얹어두는 것이나, 정월 대보름날 아침 해뜨기 전에 남에게 더위를 파는 풍습도 미신의 범주에 속한다. 더위를 잘 판 덕분에 여름 내내 선선하게 지냈다는 사람을 아직까지 본적이 없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많은 미신들이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주위에는 유무형의 미신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19세기에 조선을 방문한 한 선교사의 증언에 따르면, 어느 마을에 심각한 역병이 발생하였는데 모든 사람들이 마을 입구의 장승에 모여 밤새 굿을 하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마을 주민을 설득해 마을 입구에 수로를 파서 방역을 시도하는 한편, 각자의 손과 몸을 깨끗이 하는 개인위생교육을 실시해 전염병을 무사히 넘겼다는 일화가 있다. 웃고 넘어갈 개인적인 미신도 있지만 맹목적인 집단 미신은 때로 위험한 일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풍수(風水)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믿음이다. 태초에 천지가 생겨나고 지각이 물과 바람에 의해 나누어 질 때 모든 생명체는 자연에 순응할 곳을 본능적으로 찾게 됐다. 음양오행을 우주의 생성원리로 삼는 동양철학의 흐름 속에서 나침반의 발명과 함께 풍수지리가 점차 이론을 갖추게 됨에 따라 풍수는 실생활에서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특히 묘지 터(음택)와 집 터(양택)의 선택에 있어서 풍수는 절대적인데 그 영향이 후손에게 까지 미치는 것으로 믿어지기에 더욱 집착하는 경우도 많다.

묏자리의 경우에는 주로 청룡백호의 유정함(혈 자리를 둘러싼 산들이 묘와 조화를 이룸)과 사격(砂格)을 감안하고 좌향을 보아 결정하게 되는데, 소위 명당에 쓰여진 묘들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보는 즉시 감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왕릉이나 대 재상가의 묘들은 풍수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단 한군데도 없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출마를 앞둔 대선후보들이 조상의 은덕을 바라고 묘를 이장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것을 보면, 현대에 까지 묏자리 풍수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집터 자리에 관한 풍수는 대체로 누구나 수긍하는 면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배산임수(산을 등지고 앞에 물에 임함), 전저후고(앞은 낮고 뒤는 높음), 전착후관(앞은 좁고 뒤로 갈수록 넓어지는 마을 형태)의 세 가지만 충족되면 거의 틀림없이 좋은 곳이다. 그 터가 남향으로 돼있다면 더욱 완벽한 집이 될 수 있다. 그런 집이 있을까? 있다. 우리지역에도 많이 있다.  풍수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그런 집터는 눈에 금방 들어오기 마련이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산다면 풍수에선 최소한 낭패다.

조남민<홍성문화원 사무국장·주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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