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과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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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과 현장
  • 이성철 칼럼위원
  • 승인 2017.02.1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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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공론[卓上空論] : ①현실성 혹은 실현성이 없는 허황한 이론이나 논의. ②현장에 대한 제대로 된 확인이나 검증 없이 책상에 모여 앉아 생각으로 만들어 낸 결론.

날씨가 참 변덕스럽기까지 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고유 3한4온(三寒四溫)의 정감마저 어리었던 겨울날씨가 요즘은 종잡을 수 없게 변해버렸다. 예측 불가한 날씨처럼 세상도 여전히 어수선하다.

얼마나 더 진실을 말하고 증거를 내보이며 닦달해야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할까 궁금하다. 뉴스시간마다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역시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하고 검토한 것들이 아니라, 서류만 가지고 심사하고 검토하고 결정지었던 일들의 반복이 결국 누군가의 눈을 가리었고, 누군가에게는 천문학적 숫자의 막대한 부정축재를 거들어주는 역할을 했던 것.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살며 직접 부딪히고 있는 작은 세상들에서는 어떠한 모습일까. 정치판 높으신 나리님들이야 또 빠져 나가겠지. 언제나 그러하듯 이유도 핑계거리도 변명 할 거리도 많으니. 그러나 백성들만큼은 그러지 말아야 할 터인데.

요즘은 백세시대라는 말처럼 여전히 건강하신 어르신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풍요로운 “삶의 질”로 살고 계신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 여기서 ‘풍요’는 물질적 풍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마시라. 절대 ‘정신적 풍요’를 말하고 있음을 아시라. 우리는 여전히 ‘풍요’라는 어휘에서 물질적인 부분을 우선 떠올린다는 것은 아마도 그만큼 ‘정신이 오염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리라 여긴다. 그리고 “삶의 질”을 높게 평가하는 만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에 관한 문제도 무척이나 커다란 발전을 보여주고 있음도 사실이다. 또한 전반적 사회복지를 위한 교육적 부분이나, 국가에서의 지원 부분에서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음도 주지(周知 : 여러 사람이 널리 앎)의 사실이다. 과연 이러한 국가적 투자가 실제 복지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며, 그 사용에 대한 관리는 과연 실제 현장에 사실적인 관리로 이어지고 있는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서류만 완벽하면 직접 복지의 대상이 되는 실제 대상자들에게 어떻게 복지예산이 집행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그래서 백성들의 피땀인 세금으로 세운 막대한 예산을 복지라는 부분에 투입하고도 그 실질적인 수혜자인 복지대상자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예산집행 관리자들께서는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거의 모든 부분에서 ‘심사’ 혹은 ‘감사’라는 과정이 현장에서의 실제 모습을 확인점검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서 서류검토 만으로 시행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시간이 없다’, ‘본래 감사나 심사 과정의 규정이 그렇다’, 아니면 ‘우리가 어떻게 현장을 일일이 감사하고 확인하느냐’ 등등 여러 가지 핑계와 변명을 늘어놓으며 여전히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진 ‘서류’만 가지고 “엄정하게, 그리고 규정에 맞게 감사하고 확인했다”고 하겠지. 그리고 어떤 언어적 표현으로도 수습하지 못할 일이 발생하고 나면, ‘어쩔 수 없었다’, ‘규정이 그렇다’, 아니면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또 말도 안 되는 변명들을 늘어놓으며 책임회피하기 바쁘겠지. 아무개가 저질러 놓은 국정농단이라는 것도 어쩌면 서류만 가지고 장난하는 관행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 확인이라도 한 번 해봤다면 과연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작게는 지역의 행정과 문제 담당 지방행정기관부터 그것을 감시 관리해야하는 지방의회라는 기구까지 모두 현장을 확인하고 심사하여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며 결과를 확인하고 있을까. 책상머리에서 펜대만 가지고 ‘네 맘대로 하세요’라며 그림만 그린 것은 아닐까. 그들만의 세상이 지금까지 그러해왔듯이... 그동안 탁상공론이 여전히 망령 떠돌듯 세상을 뒤덮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그러지 말자. 사소한 부분이라도 그 일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점검해야 할 임무를 지닌 담당자라면, 책상머리에서 펜대만 흔들며 넘기지 말고 한번이라도 현장을 돌아보고, 한순간이라도 사실을 직접 확인하는 발품을 팔아보라. 그러면 조금이라도 더 낳아지지 않을까. 현실을 제대로 보며,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힐 수 있는 실제로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해 보기로 한다.

이성철<영문학박사·사회복지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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