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신도시 정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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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신도시 정착기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8.05.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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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올해 3월초부터 내포신도시에 집을 얻어 잠을 자고 있다. 새로 완공돼 1월달부터 입주가 시작됐으나 3개월이 지나 기자가 이사갔을 때도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입주율이 30% 정도로 알려졌으나 2개월이 지난 지금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는 말이 들린다. 홍성군 경계를 넘어 예산군에서 최초로 내포신도시에 건설된 아파트로서 도청대로를 끼고 있어 교통도 좋고, 도청사와도 가까워 지리적인 위치가 나쁘지 않음에도 달려드는 사람이 없다.

기자는 잠깐 얻은 집이지만 18층 꼭대기에서 창밖으로 날로 푸르러 가는 수암산이 훤히 보이는 데다 실내도 넓고 좋아 만족하는 편이다. 이런저런 장치도 잘 돼 있어 게으른 사람이 살기가 좋다. 관리비가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알게 모르게 제공 받는 서비스가 많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비싼 편도 아니다.

기자는 20여 년 전 결혼 초에 부산에서 도시개발공사가 지은 아파트에서 몇 년 살았던 적이 있는데 이렇게 넓지도 않았고 스마트한 장치가 잘 돼 있지도 않았다. 서울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집도 단층 한옥이다.

도청 서쪽으로 길게 병풍처럼 펼쳐진 산 전체가 용봉산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예산군 쪽으로 이어져 있는 부분은 수암산으로 불리고 있었다. 아파트 주변 수암산 사이에는 홍예공원이 있고, 도청사와 경찰청 방향의 아파트 상가 맞은 편에도 연못과 실개천이 있는 공원이 조성돼 있어 풍부한 녹지와 꽃밭, 산책로가 놀라운 안식과 위안을 준다. 그런데도 먹고 살 만한 일자리가 없는 탓인지 이렇게 쾌적한 도시에 줄을 서서 이사오는 풍경을 보기 어렵다.

내포신도시는 도청을 비롯해 각종 관공서의 공무원들을 위한 도시일 뿐 일반 주민들로서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나 직장이 없다. 아파트가 아무리 멋있고 주변에 공원과 풍경이 그렇게 좋아도 돈벌이가 없으면 내포신도시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 돈을 쌓아놓은 사람이라면 여기 와서 등산이나 하러 다니고 맛있는 산해진미를 즐기며 신선놀음을 하겠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생존을 위해 일해야 한다.

내포신도시는 10만 인구를 목표로 조성된 도시다. 그러나 목표연도 2020년을 불과 2년 앞둔 2018년 4월말 현재 2만3724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개발이 먼저 이뤄진 홍성군의 신도시에 대부분 살고 있고 예산군은 1000명도 채 되지 않은 968명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삽교읍 목리에 올해 입주를 시작한 이지더원 1차 아파트 주민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아직도 이 아파트 주변에는 이지더원 2차 부지를 비롯해 이미 조감도에 그려져 있는 모습의 공동주택단지는 구경할 수 없이 죄다 나대지로 방치돼 있다. 충남도와 홍성군과 예산군은 내포신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에 일할 수 있는 우량기업을 많이 유치할 뿐만 아니라 해외 자본도 적극 끌어들여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최근 충청남도도서관이 개관을 해 어린 학생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누구나 공부하기에 너무 좋은 여건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도 가봤지만 도서관의 시설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매우 훌륭했다. 젊은 부부들이 유모차를 끌고 와서 아이들과 같이 책을 보거나 앉아서 쉬기에도 좋도록 섬세하게 가족친화형으로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기자는 지난해 여름 홍성에 처음 와서 홍성도서관에 가보고는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홍성군을 대표하는 공립도서관인데도 겉보기와는 달리 내부 시설이 너무 열악했다. 참고자료 열람실은 좌석이 좁고, 2층 정기간행물실에는 변변한 자료가 없었다. 그것도 일반열람실 입구의 복도에 기증받은 듯한 몇몇 공공기관·단체의 소식지 같은 잡지만 몇 권 있을 뿐 다양한 분야의 정기간행물은 구경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충남도립도서관이 완공돼 매우 반가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3층 열람실에 데크형으로 된 계단식 좌석이 아이들이 놀이터로 삼아 마구 뛰어 오르내리며 쿵쿵 소리를 내곤 해 신경이 매우 거슬렸다. 같이 온 부모들이 주의를 줬으면 하는데 만류하지도 않았다. 아직 정기간행물 가운데 영문 시사 주간지 ‘타임’이 없었다. 기자가 못 찾는 것인지 사서에게 요청했더니 올해는 구입 계획이 없단다. 세계적으로 널리 배포되는 타임이 도립도서관에서 왜 그렇게 구입계획을 늦추는지 모르겠다. 남북한 정상회담에 대한 세계의 반응을 살피려고 했는데 실망스러웠다. 기자가 살았던 서울 수유1동복합청사의 도서관에도 있는 타임이 도립도서관에 없다니 세계화시대에 도민들의 눈을 열어줄 수 있는 자료 확보에 신경을 써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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