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체험과 산책, 서해안의 환상적인 관광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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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체험과 산책, 서해안의 환상적인 관광명소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9.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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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일구는 색깔있는 농촌마을 사람들<23>

농촌마을 희망스토리-서부면 상황리 속동
물이 빠져나간 갯벌과 전망대의 산책로.

서부면 상황리 속동은 서해안 천수만에 위치한 농어촌마을로 홍성 8경중 한 곳으로 지정될 만큼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서해안 임해관광도로가 개통된 후 탁 트인 바닷가로 형성된 넓은 갯벌은 체험객과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도로변 곳곳에는 가로공원이 조성돼 바다와 어우러진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궁리포구에서부터 남당항까지 속동을 거쳐 달리는 해안가 드라이브 코스는 환상적이다.

■ 행안부 지정 정보화마을

엄익수 운영위원장

속동은 원래 ‘묵골’이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지금도 노인들 사이에서는 묵골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서부면지에는 한자로 묶을 속(束)자를 썼다고 하는데, 속동에 사는 사람이 밖으로 나가면 출세하지 못한다고 순수한 우리말로 지어진 묵골이 일제강점기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한자어인 속동으로 바뀌어 오늘날까지 불려지고 있다.

1960년대 이전만 해도 전형적인 어촌마을이었던 속동은 서산A지구를 막은 후부터 주민들의 주업이 농업으로 바뀌었다. 지금 54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사는데 어업만 하는 주민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농어업을 병행하고 있다. 속동정보화마을 엄익수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대부분 주민이 농업을 전업으로 하고 있으며, 어선을 갖고 어업을 하는 주민은 4~5가구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주민들은 어촌계원이지만 봄철 2개월 정도 공동어장에서 바지락을 채취하는 일을 할 뿐이다. 바지락은 바다를 막기 전에 많이 났다고 하는데 지금은 종패를 구입해 뿌려야만 채취가 가능하다. 마을 앞 바닷가는 바지락이 서식할 수 있는 갯벌이 넓고 해송이 숲을 이룬 해안가의 풍광이 뛰어나 2008년에 행정안전부로부터 정보화마을로 지정됐다.

그 후 속동 바닷가 언덕 위에는 전망대와 마을정보센터가 들어섰다. 마을정보센터는 주민들을 위해 컴퓨터 사용법과 인터넷 기초교육을 하기도 하며 체험객과 관광객들이 함께 공유하는 정보교류의 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컴퓨터, 프린터, 스캐너,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빔 프로젝터 등의 장비와 교육용 CD를 보유하고 있어 주민들이 장비를 사용할 수 있으며 아이들의 학습에 필요한 자료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속동갯벌체험관.

■ 바지락 캐기 갯벌체험 인기
마을정보센터에서는 바지락 캐기와 소라화분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으며, 바닷가 쪽으로 섬처럼 튀어나온 곳까지 안전하게 설치된 데크형 산책로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다. 속동 어촌계가 맡아 운영하는 갯벌체험 프로그램은 홍성군으로부터 50대50 지원을 받는 매칭사업이다. 절반씩 부담하도록 돼 있는데 바지락의 종패를 구입하기 위해 군이 2000만 원을 지원하면 어촌계에서는 4000만 원 어치를 사서 갯벌에 뿌린다. 자생하는 바지락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개의 씨를 뿌려주는 것이다.

“A·B지구를 막기 전에는 바지락이 많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바지락이 많이 나지 않아요. 옛날 농한기에는 김 양식도 해 수입이 좋았습니다.” 엄익수 위원장은 어촌계가 위탁받은 갯벌체험행사가 특정인 한두 사람을 위해 지원하는 사업이 됐다며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원래 갯벌체험은 정보화마을운영위원회에서 해왔습니다. 그러나 2012년부터 갯벌체험을 군이 어촌계로 지정하면서 어촌계 수익사업으로 전락했습니다. 어촌계라고는 하지만 단체가 아닌 개인 1~2명에게 특혜를 준 것이어서 군청 수산계가 잘못 한 것입니다. 원래 정보화마을에서 하고 있던 사업인데 어촌계에게 맡기면서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정보화마을로 다시 넘겨줘야 합니다.”

현재 갯벌체험비용은 1인당 8000원을 받는데 미리 예약을 해야 된다. 갯벌체험관에는 갤러리 겸 카페도 있다. 갯벌체험관과 전망대에서 해송이 우거진 숲길을 따라 산책하기 좋도록 인조목으로 데크를 깔아 안전하게 해안가를 둘러볼 수 있게 돼 있다.

뜨겁게 타오르는 8월의 무더운 날씨 속에 산책길을 걸으니 서해안의 바닷바람이 온몸의 땀을 씻어준다. 너무나 상쾌했다. 너무나 강렬한 햇빛 때문에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조개를 채취하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삼복더위가 지나 9월이 돼야 활기를 띤 갯벌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속동전망대.

■ 노블리스 오브리주의 모범
바다를 항상 바라볼 수 있는 곳에 귀촌을 원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속동마을은 어떨까? 엄 위원장은 귀촌인이 많지 않다고 했다. 이유는 귀촌을 원하는 바닷가에 땅이 없기 때문이다.
“외지인이 많이 찾지만 바닷가라 매물도 없고, 땅값도 비쌉니다. 그래서 바다와 조금 떨어진 가까운 상황리로 귀촌을 많이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층이 많지 않다고 했다. 속동은 특정 성씨들의 집성촌으로도 유명하다. 옛날부터 순흥 안 씨, 영월 엄 씨, 밀양 박 씨가 들어와 터를 잡았으나 지금은 영월 엄 씨가 50%나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할 뿐이다. 영월 엄 씨는 참의공파로 대구 현풍지역에서 터를 잡고 살았으나 1500년대 후반에 서부면 이호리로 들어와 분가해 나가면서 1600년대 속동에도 자리를 잡게 됐다고 한다. 

지금은 2~3명만 남았지만 과거 마을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순흥 안 씨들은 대체로 부유한 편이었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은 모두 순흥 안 씨들의 땅이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본을 보여주기도 했다. 2002년 마을회관 건립을 위한 부지로 주민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 땅을 쾌척한 것이 바로 순흥 안 씨였다. 그 터에는 마을회관과 함께 경로당이 건립됐고, 주민들은 그 뜻을 길이 남기기 위해 공덕비를 세웠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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