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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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무서워요
  • 남동현 칼럼위원
  • 승인 2018.11.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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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 혹은 수천 명의 관객 앞에서, 무대에 서는 상상을 해보자. 노래를 부르건, 춤을 추건, 혹은 강연을 하건 그 무엇이든 말이다. 어쩌면 어떤 이에게는 너무나 흥분되고 짜릿한 느낌으로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 성격적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기쁜 순간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이와 같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이에게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 무대에 나서는 그 순간이 너무나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순간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은 이렇게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라. 생판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단 하나의 떨림도 없이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리라. 특히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들에게는 더 큰 고통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보통 ‘무대 불안’ 이라고 부른다. 사람들 앞에서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완벽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 혹은 만일 실수를 하거나 내가 긴장한 것이 들통 나면 사람들이 나를 좋지 않게 볼 것 같은 걱정 등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무대불안은, 무대에 오르기 직전이나 직후에 가장 심한 양상을 보이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무대에 오르자마자는 온 몸에 식은땀이 나고 손발이 떨리며, 심지어 목소리까지 떨리는 양상을 보이다가도, 점차적으로 안정화되어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무대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앞에 나서보는 경험을 일부러라도 여러 차례 가져보면서, 사실은 내 앞에 있는 청중이 나와 다를 바 없는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무대불안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청중들 또한 나의 이러한 면을 이해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명연설가, 유명가수, 연예인, 정치인들도 실제로 무대불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그저 사람들에게 티가 덜 나도록 불안을 적절히 컨트롤해나가며 수행을 할 뿐이기 때문이다. 무대에 있을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많은 영역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눈 마주치기가 쉽지 않고, 늘 움츠러들며, 심지어는 대인관계를 아예 가지려하지 않고 혼자 침전하게 되기도 한다. 만일 이러한 성향이 지나치게 강화되어 개인생활,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워질 정도라면, 대인기피증, 사회불안장애, 정신증 등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마트나 백화점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 갔을 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을 다 쳐다보고 주시한다고 느껴지거나, 혹은 자신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겪기도 한다. 이럴 때는 억지로 낯선 사람들 앞에 무리하게 서려 하기보다는, 우선적으로 믿을 만한 가족,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만일 개인적인 노력에도 불구 해결이 쉽지 않다면,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남동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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