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연봉과 지방의원 의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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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연봉과 지방의원 의정비
  •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공동대표
  • 승인 2018.12.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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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정치혁명

예전에 어느 농촌지역의 군의원과 대화를 하다가 ‘국회의원 연봉’ 얘기를 하게 됐다. 국회의원 연봉이 1억5천만 원이 넘는다고 하자, 그 군의원은 깜짝 놀랐다. 본인이 받는 의정비의 4배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물론 국회의원이 지방의원보다 4배를 더 일하는 건 아니다. 그러니 국회의원의 연봉이 과도하거나 지방의원의 의정비가 너무 적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둘 중에 고르라면 전자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연봉은 과도하게 높은 편이다. 그리고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도 않다. 2017년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위원회’가 낸 보고서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GDP) 대비 국회의원 연봉을 비교해볼 때  OECD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이 3등이다. 대한민국보다 국회의원 연봉이 높은 나라는 이탈리아, 일본밖에 없었다. 한국은 국회의원 연봉이 1인당 국민소득의 5배를 넘는 나라에 속했다. 그래서 국회의원 연봉은 지금보다 대폭 삭감이 필요하다. 삭감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국회의원들이 받는 1억 5천만 원의 연봉 중에 입법 활동비, 특별활동비라는 2가지 항목이 있다. 별도 수당형식으로 받는 돈이다. 이 돈을 없애면 된다. 입법 활동비는 매월 313만 6천 원씩 300명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되고, 특별활동비는 회의 1일 출석당 3만1360원씩 책정돼 있다. 합치면 1년에 국회의원 1인당 4천만 원이 넘는 돈이다. 웬만한 노동자 연봉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입법 활동을 하고 회의에 출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 대해 별도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이 2가지 항목의 수당을 없애더라도 국회의원이 받는 연봉은 1억 원이나 된다. 또한 국회의원들에게는 사무실 운영비, 공과금, 주유비, 차량유지비까지 별도로 지원된다. 1년에 1억5천만 원(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 원)까지 후원금도 모금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돈이 없어서 정치활동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면 지방의원 의정비는 어느 정도가 적정수준일까?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짚을 점은 지방의원 의정비를 지방자치단체의 고위공무원 연봉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잘못된 주장이라는 점이다. 선출직인 의원을 뽑는 이유는 고위공무원 수준의 혜택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고위공무원들을 주민의 편에서 감시하고 견제하라고 뽑는 것이다. 지방의원이 주민의 편에 서려면 지방의원의 대우도 고위공무원에게 맞출 것이 아니라 주민의 수준에 맞추는 것이 옳다. 그래서 그 지방자치단체 주민들의 평균소득수준이 중요한 기준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그렇게 보면 지금처럼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지역주민들의 삶도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의원 의정비를 많이 올리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물론 의정비 수준이 지나치게 낮은 지역이 있다면 어느 정도 조정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의정비를 먼저 올리겠다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 지방의원들이 제대로 의정활동을 함으로써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지방의원 의정비를 올리겠다면 지방의원 겸직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지난 8월 24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충북 지방의회 의원(광역 및 기초의원)의 절반 이상인 56.7%가 겸직을 하고 있으며 겸직의원 중 58.1%는 겸직하고 있는 곳에서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의정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지방의회가 쓰는 예산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도 필요하다. 논란이 되어 온 업무추진비, 의정운영 공통경비 같은 예산이 투명해지고 지방의원 재량 사업비 같은 것이 없어져야 의정비 인상요구도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지금은 의정비를 인상할 때가 아니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구성된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신뢰를 받는 의회로 바로 서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의정비 수준을 조정하자는 논의도 주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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