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하고 달콤한 딸기 향 가득 퍼지는 주봉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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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하고 달콤한 딸기 향 가득 퍼지는 주봉마을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9.01.2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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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일구는 색깔있는 농촌마을 사람들

농촌마을 희망스토리-홍북읍 산수리 주봉마을
주봉마을회관에 모여 윷놀이를 하는 어르신들.
학구노인정에 모인 남자 어르신들.

홍북읍 산수리는 예산과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산수가 수려하다 해 산수동(山水洞)이라 불린다. 마을 앞으로 삽교천의 큰 내가 흐르고 있어 용산리로 건너가려면 예전에는 나루를 이용하고는 했다. 갈미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건널 수 있었는데 물 건너 사람들이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나루터를 이용하는 사람은 1년에 벼 1말, 보리 1말을 사공에게 내며 간혹 나루를 이용하는 사람은 그때마다 돈을 조금씩 냈다.

냇물이 지나는 양쪽으로 산수리 평야가 발달되어 있는데 이를 산수리 평야라 부른다. 일제 강점기 신축년에 가뭄이 몹시 들어 그 해에는 벼를 먹은 집이 없었다고 한다. 저수시설이 좋지 않았던 시절이어 비가 와도 저장 능력이 없어 수시로 가뭄을 경험해야 했다. 이후 예당 저수지의 물이 보급되면서 그 후로 생활이 조금씩 나아졌다. 수리조합이 건립된 이후로는 수원이 넉넉한 곳이 됐다. 이전에는 주봉 뒷골 고랑에 위치한 황논만이 물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고랑의 논이 모두 부자인 황씨들이 소유한 땅이었다. 마을에 황씨들이 제일 먼저 들어왔다고 하는데 지금은 각성바지 마을이다.

주봉마을 표지석.

주봉마을의 실제 이름은 우정리(牛井里)라 말하기도 한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길목을 소댕이라 부르는데 이것이 우정을 지역어로 발음한 것이기도 하다. 주봉마을의 ‘주’자를 술 주(酒)자로 인식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술을 즐겨 마셔서 쓰게 됐다고 전해진다. 1970년대 초반 취락구조화 사업을 하면서 평야를 넓혀 농지로 만들기 위해 들판에 위치한 마을들을 모두 도로변으로 이주시켰다. 아래쪽에 있던 가구들이 현재 도로변에 위치하게 되면서 새로 만든 마을이라는 뜻에서 새까시 마을이 형성됐다. 새까시 마을 뒤편으로 노은리와의 경계에 있는 산에 할매바위가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마을 위쪽에 있는 노인정 주변을 부모골이라 부르는데 예전에는 나무를 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훗날 이곳에 노인정을 짓고 보니 선조들이 이곳을 왜 부모골이라 했는지가 분명해졌다고 한다. 이 노인정은 1980년대 중반 경에 지었으며 주민들은 미래를 내다 본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것이 지명이라고 여기고 있다.

주봉마을에는 충남유아교육진흥원를 비롯해 홍북농협 산수 농협 출장소 등이 있으며 특히 인근 갈산리, 노은리, 신정리 주민들이 함께 쉴 수 있는 학구노인정이 있어 4개 마을 노인들의 편안한 쉼터가 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주로 걸어서 삽교시장으로 장을 보러갔다. 홍성장까지는 멀어 별반 이용하지 않았다. 지금은 삽교시장이 그 규모가 작아지고 대중교통이 편해지면서 거의 대부분이 홍성장을 이용한다. 예전에는 마을에 무당이 있어 환자가 발생하면 무당을 먼저 찾아갔으나 의료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마을을 떠났다.
 

마을주민인 이정자 씨가 딸기 포장을 하고 있다.

현재 주봉마을 가구수는 총 42가구로 귀농인은 한 가구도 없다. 주봉마을은 딸기 재배로 한겨울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는 마을이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박상옥 씨가 처음 딸기를 재배해 시작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봄에 심어 여름에 수확하고 바로 모를 심어 벼를 수확했다고 한다.
마을 주민 이정자 씨는 “23살에 청양에서 시집 와 지금껏 사는데 우리 신랑이 공무원을 해서 딸기 농사를 안 지었는데 친척이 해보라고 해서 시작했다가 죽는 줄 알았네. 힘들어서. 그런데 지금 이 젊은 친구가 와서 딸기 농사를 짓는데 안쓰러워서 가끔 딸기 포장하는 일을 도와주곤 한다. 이 일이 처음 하는 사람한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지”라며 부지런히 딸기를 포장한다. 이정자 씨의 땅을 임대해 딸기 농사를 짓는 김창남 씨는 “어머니가 내 사부다”라며 “그래도 이렇게 가끔씩 와서 도와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한다. 마을의 한 주민은 “예전에 딸기 키울 때는 여름에 밭을 10번도 더 매었다. 그 때 고생한 거 생각하면 지금 젊은이들 고생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김진태 이장(사진 왼쪽)과 김정부 노인회장.

김정부 노인회장은 마을 이장직을 12년 정도 보면서 벼농사와 딸기 농사를 지었다. 지금은 농사에서 손을 놓고 마을 어르신들과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학구노인정은 남자 어르신들이 모여 음식도 나누고 이바구도 나누는 만남의 장소다.

김진태 이장은 올해 첫 이장직을 맡았다. “지난해 학교시설 관리직에서 근무하다가 퇴임하면서 마을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이장을 하겠다고 했다. 이장은 마을의 심부름꾼 아닌가.”
한겨울이라 마을 안길은 썰렁하지만 안길을 걸으며 조용히 귀 기울여보면 여기저기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소곤거리며 딸기를 수확하고 포장하는 말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달콤한 딸기 냄새처럼 말이다.

여자 어르신들의 쉼터인 주봉마을회관.
인근 4개 마을 남자 어르신들의 쉼터인 학구노인정.
충남유야교육진흥원 전경.
주봉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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