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축제와 행사, 옥석을 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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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축제와 행사, 옥석을 가리자
  • 최선경 논설위원
  • 승인 2019.09.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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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축제 중이다. 전국의 산과 강이 가을빛으로 곱게 물들어가고 나들이에 가장 좋은 이맘때에 축제가 집중된다. 올해 전국 지자체 주관의 대규모 지역축제는 884건이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여기에 크고 작은 행사까지 합치면 1만 5000여 건이 넘는다. 사시사철 축제라는 얘기다. 하루에 평균 4개씩 열리는 셈이다.

홍성군도 유독 가을에 개최되는 축제와 행사가 많다. 현재 남당항에서는 대하축제가 한창이며, 이번 주말엔 홍성역사인물축제와 홍성국제단편영화제가 동시에 진행된다. 다음 달엔 광천토굴새우젓·김축제와 홍성사랑국화축제가 개최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축제의 천국이다. ‘지방재정 365’ 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도 홍성군 행사와 축제 예산은 54억 원에 달한다. 3일간 동시에 진행되는 홍성역사인물축제와 홍성국제단편영화제에 투입되는 혈세만 10억 원에 육박한다.
일선 지자체가 너도나도 축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뭘까? 축제를 지방 소멸, 쇠퇴의 방파제로 보기 때문이다. 지방의 인구 절벽과 고령화, 일자리 부족의 악순환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은 외부 관광객 유치와 인구 유입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너도나도 축제를 통한 관광에 힘을 쏟는 실정이다.

그러나 실제로 대규모 축제는 대부분 적자다. 혈세를 쏟아 부었지만 콘텐츠 개발에 실패했고 마케팅 전술도 없어 ‘동네잔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사한 지역축제를 무분별하게 개최해 예산 낭비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축제를 수익 차원에서만 접근해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직·간접적 파급 효과가 크다는 주장도 있다. 적자를 내더라도 관광객과 귀농·귀촌 유치, 지역 홍보 효과가 있다면 소기의 목표를 이룬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틀린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서도 주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면 처음부터 다시 고려해야 한다. 몇 해 전 일본 삿포로로 국외연수를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일본의 축제 담당자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관에서 직접적인 축제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참가자 자기 부담 비율이 월등히 높은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축제는 95% 이상이 공공 재원에 의존하며, 지자체가 과잉 경쟁을 하면서 대규모 축제가 많아진 결과를 자아냈다. 결국 ‘내 축제’가 아닌 ‘남의 축제’가 돼버리니 오히려 주민들로부터 공감대와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축제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관람객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어떤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축제 기획의 시작이 돼야 한다. 지역축제는 주민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래야 주민의 관심도가 높아질 수 있다. 홍성역사인물축제 가운데 이러한 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청소년들이 주축이 돼서 준비하는 ‘플래시몹’을 꼽고 싶다. 지역축제에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홍성군 대규모 축제와 행사에 ‘목적의식’이 분명히 담겨 있기를 바란다. 지역의 모든 축제를 예산 절감 차원에서 다 없앨 수는 없지만 옥석은 가려야 한다. 단체장의 치적 쌓기, 일부 문화예술단체들만의 리그가 돼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입을 모아 축제가 많다고만 하는 것은 결국 볼 만한 축제가 없다는 얘기도 되지 않을까? 옥석을 가려 목적의식과 진정성을 갖춘 축제가 모이다 보면 문화가 풍성해지고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양질의 축제도 탄생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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