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신뢰의 눈빛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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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신뢰의 눈빛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자
  • 현 자(홍성여중 교사)
  • 승인 2010.03.1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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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 교사의 교단일기]
며칠 전 폐막된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빙상선수들의 선전은 그 동안 우울한 청년실업과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지루한 정치적 공방을 잠시나마 잊고,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행복을 안겨 줬다.

메달을 목에 건 선수나 아쉽게 메달을 놓친 선수나 다들 열심히 싸웠고, 정말 자랑스러운 대한의 아들딸이다. 이번 경기를 내내 지켜보면서 교사의 습관적 관점 때문인지, 그 많은 장면 중에서도 유독 금메달 고지를 향하여 마지막 프리스케이팅 직전 김연아 선수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 사이에 나누던 그 눈빛이 아직도 가슴에 선연하다.

어린 나이에 온 국민의 기대를 양 어깨에 지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시합에 임해야 하는 제자의 긴장감을 늦춰주기 위해, 숨까지 멈춘 듯 오서 코치는 제자 김연아를 아주 지극한 사랑과 신뢰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용기를 주었다. 김연아 선수 역시 스승에게서 전해오는 사랑과 격려에 힘입어 어느 때보다도 완벽하고 당당하게 실력을 발휘하여, 마침내 은반 위 세계 제일의 여왕으로 등극한 것이다.

후일담에서도 오서 코치의 지극한 제자 사랑과 열정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실패했을 때는 더욱 너그러웠으며, 훈련에 있어서도 지적보다는 조언을 했다는 교육방식이 감명 깊다.

어느새 양지 뜸에 새싹이 고개 내미는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새로 만난 아이들을 추스르기 위해 선생님들은 모든 지혜를 다 짜내고 있다. 동료 교사 중 한 분은 담임 첫날 아예 반 학생의 번호와 이름을 줄줄 외워 기선을 제압(?) 하고, 또 한 분은 단골지각생을 어떻게 단련하면 부지런해질까 사뭇 고민 중이다. 나 역시 학습자료나 교수방법에 있어서 좀 더 색다른 내용과 방식으로 아이들을 만나려 노력하고 있다.

학기 초 아이들 못지않게 학부모님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아이가 담임선생님과 눈은 맞추는지, 친구들은 잘 사귈런지, 학습에 대한 의욕은 서 있는지. 교사들은 이런 학부모님들의 걱정을 잘 읽어서, 학생들이 빠른 시일 내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친구관계도 잘 맺어가도록 도와주며, 공부 또한 게을리 하지 않도록 책임감 있게 지도해 줘야 한다.

성급한 제안일지는 모르나, 교과 및 학생 생활지도에 있어서 오서 코치의 지도 방법을 적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지적보다는 조언으로, 훈육은 근엄하되 학생의 과오는 솜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게 안아 줄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가졌으면 한다. 멋모르고 저지른 사소한 실수를 지나치게 질타하여, 평생 못이 되어 자라지 않도록 주의할 일이다.

사랑스런 제자들이 언제라도 너그러운 품속에 들어와, 크고 작은 고민들을 위로 받고 새 힘을 얻어서, 한발 한발 날 선 현실 속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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