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지역사회 신뢰가 작은 학교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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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지역사회 신뢰가 작은 학교 되살린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04.12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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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가 농촌의 희망이다 <4>

홍북초등학교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오는 2012년까지 학생 수 50명 이하인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지역 내에서도 소규모학교 8개교가 통폐합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농산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위주의 농촌교육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정책 전환과 함께 농촌 학교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등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가 살아있고,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야 말로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 희망이 있다는 반증이고, 꿈을 잃어버렸던 농촌에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에 작은 학교를 농촌의 새로운 희망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학교들의 우수사례를 통해 그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홍북초 전경(좌). 졸업생이 기증한 학교비(우).

 

 

 

 

▲ 이길수 교장.
홍북초등학교(교장 이길수)는 1934년 4년제 보통학교로 설립 인가를 받아 같은 해 홍북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한 이래 지금까지 총 5399명의 졸업생을 배출해냈다. 홍북초는 2007년 3월 산수초등학교와 통합되면서 20~30명의 학생이 늘어났으나 충남도청이전소재지에 위치함에 따라 이농과 원주민들의 전출로 인해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됐다. 해서 올해 입학생이 9명인데 반해 지난해 1학기 중반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전출은 지난 2월말까지 이어져 90여명 정도의 재학생이 가능했던 홍북초는 현재 총 57명으로 줄어든 상태이다. 여기에 학생들은 떠나는 친구들로 인해 상실감으로 학업에 대한 의욕을 잃어가고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대한 희망과 작은학교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는 듯 보였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이길수 교장은 "도청신도시 이전으로 학생수가 20~30명 정도 감소한 상태이지만 도청이전으로 인구가 유입되면 취학아동이 늘어나 재학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며 기대했다.

홍북초는 그동안 학생들에게 학업에 대한 동기부여와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홍북초의 우수 교과활동을 살펴보면 우선적으로 전형적인 농촌학교의 심각한 교육문제인 교육격차 해소와 농촌지역의 소외된 학생들이 겪는 갈등 및 문제점을 해결해 주려 교과 영역별 부진요소 지도 및 개별 맞춤 학력증진프로젝트(아침공부방, 방과후 학교, 교과캠프, 독서캠프)를 운영했다. 해서 학습부진학생에 대해 전 교직원은 방학기간 중 공주교대 학생 2명과 함께 저학년과 고학년 두 개반으로 나뉘어 각각 150시간 씩 지도한 결과 학력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 대해서는 보충학습 50시간을 별도로 운영해 한글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학생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칭찬으로 칭찬쿠폰을 활용하고 새로운 사고를 심어주기 위해 독서교육활동을 중점적으로 실시해왔다. 독서교육은 일회적인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꾸준히 학교와 가정이 함께 노력해야할 과제라는 것이 이길수 교장의 의지이다. 실제로 홍북초는 학생들의 독서붐 조성과 독서의 생활화를 위해 독서쿠폰제를 활용한 독서급수제 실시와 독서캠프, 직접 작가를 초대해 작가와 학생, 학부모 등이 함께 모여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작가초청 대화의 시간, 지역사회와 연계한 독서체험학습 등 특색있는 독서교육활동을 펼쳐왔다. 이 모든 노력의 결과 홍북초는 지난해 홍성교육청 주관 학교평가에서 최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교장은 "기본적으로 홍북초 아이들은 농촌지역 아이들의 특성상 순박하고 마음씨가 착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독서교육은 개인의 능력이나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워나가는데 밑거름이 된다"며 "실제로 독서교육을 실시한 결과 학생들의 성격이 차분해지고 무한한 사고력과 함께 자연스레 학력증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전했다.

 

 

 

 

 

▲ 고구마 수확하며 기뻐하는 아이들(좌), 홍북초 교내 정원(우).

여기에 홍북초는 아이들에게 교과서 위주의 지식교육이 아닌 농촌학교라는 이점을 살려 감성교육,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력위주에서 탈피해 인성과 감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때 비로소 아이들은 행복해 진다는 것이 이 교장의 교육철학이다.

이길수 교장의 의지가 담긴 홍북초의 인성·감성 교육으로는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존중하는 교육이 그 첫 번째이다. 해서 홍북초 교내 정원에는 꿩, 닭 등 조류와 수세미, 조롱박, 강남콩, 나팔꽃 등 다양한 식물들로 그야말로 살아있는 생태체험교육장으로 언제든 아이들이 자연스레 자연을 접할 수 있도록 마련돼있다. 이 교장은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과 교사들이 함께 교내 정원과 학교주변의 다양한 식물들에 대해 관찰하는 시간을 갖고 있으며 환경체험교육(자연현상을 관찰하고 환경과 관련된 업체 탐방․천연비누 만들기)으로 학생들이 교과서가 아닌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주고 있다. 또한, 텃밭에는 아이들과 함께 감자, 고구마, 호박, 가지 등을 심어 수확하는 기쁨과 함께 농촌친화적인 교육이 이뤄져 아이들이 농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교생이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현장학습을 다녀와 학생들은 물의 소중함과 함께 생활하수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유익한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다양한 문화예술 수업이다. 문화․예술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농촌지역 아이들의 특성상 아이들이 평생을 일궈나갈 문화․예술적 감성을 다져주고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예술강사지원사업을 통해 국어와 체육수업에서 표현활동 및 연극적인 요소를 가르치고, 방과후 교실에서는 자체적으로 사물놀이, 그리기, 주산교실, 하모니카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하모니카는 다른 악기에 비해 휴대가 간편하고 누구나 쉽게 배워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학교에서 하모니카 70여개를 구입, 전교생과 교직원들에게 나눠주고 배울 수 있도록 해 홍북초에는 아름다운 하모니카 선율이 가득하다.

 

 

 

 

 

 

▲ 독서교육 활동 모습(좌), 하모니카 교육(우).

학부모·동문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부족함이 없는 홍북초등학교

이러한 학교의 노력 속에 학부모와 지역사회, 졸업생들의 노력은 작은학교를 되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홍북면 명예면장을 지낸 이용국(신원휄트 대표) 씨는 학교 교문증축과, 비석, 조회대(3000만원 상당) 설치 등 모교사랑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또한, 김형인(대영기계 대표)씨는 매월 정기적으로 학교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30만원을 전달하고 있어 홍북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홍북초 자모회는 지난해 6월부터 학생들에게 다양한 도서와 함께 정기 간행물을 기증해 주고 있다. 학년별로 다양한 책들을 선정해 기증하는 어머니들의 책선물은 항상 교실에 비치해둬 학생들이 어머니들의 사랑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책을 접하게 하고 있다.

이길수 교장이 말하는 농촌학교의 대안은 "학교장의 교육적 철학과 소신이 확실하고 교직원이 함께 공동목표로 노력하는 가운데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학교를 신뢰해야 한다"며 "농촌의 작은학교는 아이들에게 수혜되는 혜택이 큰 학교보다 월등하다고 본다. 지역사회·학부모·학교가 서로 믿음 속에서 신뢰의 끈이 이어질 때 비로소 작은학교는 되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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