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의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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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의 울음
  • 김향동
  • 승인 2011.09.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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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틀째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낙후된 주택가인지라 어느 구석에서 우는지 모르겠지만 서서히 작아지는 울음소리가 안타깝다. 궁금해서 주변 사람들과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지만 소리만 들릴 뿐이다. 어미 고양이가 나약한 새끼 한 마리만 놔두고 가 버린 것 같다. 나올 구멍을 못 찾는다면 울다가 지쳐 결국은 사라져 버리겠지... 몹쓸 어미! 약한 새끼부터 챙겼어야지, 배고파 우는 새끼 고양이를 우리들은 어쩌라고...

문득 22년 전 일이 떠오른다. 그때는 장마 기간이었고,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변덕스런 날씨는 지겹기만 했다. 그날도 등교할 때에는 화창한 날씨였기에 큰아이는 우산을 챙기지 않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밭일을 하다말고 뛰어가기가 힘들었고, 거리도 멀어서 이미 비를 피하는 것은 무리였다. ‘어느 집 추녀 밑에서라도 비를 피하고 있다가 그치면 오겠지’ 쉽게 생각하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그날따라 오래 쏟아져 걱정스러웠다. 다행히도 얼마 안 가 빗줄기는 가늘어졌고, 우산을 챙겨들고 큰아이를 데리러 가려고 대문을 나서려는데 큰아이가 흠뻑 젖은 모습으로 들어왔다.

나를 보는 순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쓰러지듯 내 품에 안겼다. 순간 내 가슴 한 켠이 예리한 칼날에 베인 듯 쓰라렸다. 큰아이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같이 울었다. 그리고는 “엄마가 미안해, 얼마나 무섭고 속상했어? 이렇게 비를 맞고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엄마가 미안해” 라며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러자 큰아이가 속내를 털어놓았다. 다른 엄마들도 오셨으니까 울엄마도 제 이름을 부르시면서 오실 줄 알았다고... 하지만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안 오셔서 비를 맞으며 집에 오는 내내 울었다는 것이었다. “그랬구나, 엄마가 정말 미안하고 사랑해” 라는 말을 해주며 안아주자 큰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씨익 웃어보였다.

큰아이가 목욕을 하는 동안 큰아이와 둘째, 막내에게 줄 맛있는 핫케이크를 만들면서 대문에 들어서던 큰아이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따로 없었다. 큰아이가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둘째와 막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식탁에 앉았다. 따끈한 핫케이크를 가운데에 두고 잠시 큰아이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오늘 네 스스로가 비를 맞으면서 집으로 올 수 있었던 용기가 엄마는 참 대단하고 대견스러워. 비는 잠시 지나가는 것이지만, 앞으로 네가 살아가야 할 수많은 시간 속에서는 어려움이 닥칠 거야. 그럴 때마다 네 행동이 정확하지 못하고 용기가 없다면 뿌듯한 성취감과 기쁨을 누릴 수 없게 되는 거란다. 우리 큰아이 멋있어” 라는 초등학교 2학년생이 듣기엔 조금은 어려운 말들을 해 주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학원에 보내주진 못했어도 매년 우등상을 받아오던 아이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거대한 소망보다는 맡은 일을 성실히 해서 기뻐할 줄 알고, 작은 것에서 행복해 하는 모습이 늘 대견스럽고 감사할 뿐이다.

어느 곳이든 출구는 있는 법. 아기 고양이야! 울부짖지만 말고 사방을 둘러보고 간신히라도 나올 수 있는 곳을 찾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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