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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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적 사고
  • 한학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07.09 09: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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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보면 신은 인간을 만들 때 목에 보따리를 두 개씩 달았다. 하나는 다른 사람의 결점으로, 하나는 내 결점으로 채웠다. 그 보따리를 앞에 하나, 뒤에 하나 달고 다니는데 남의 결점은 앞에 있어 잘 보여서 이리저리 보따리를 뒤져가면서 험담을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평판 좋은 사람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결점을 찾아낼 수 있다. 인간의 성향은 양면적이라 생각하기에 따라 상반되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누구를 봐도 양면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물은 앞뒤가 똑같기 어렵고, 사람은 시작과 끝이 한결같기 어렵다. 단발적인 ‘꾸밈’이 아닌 ‘한결같음’을 보이기란 실로 어렵다. 흔히 정의롭고 염치 있게 살기를 거부한 사람, 성실하고 부지런히 살기를 내팽개친 사람,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고 부화뇌동하고 어영부영하는 사람을 쓸개 빠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이만큼 지혜가 밝아지고 인격이 성숙하다면 좋을 텐데 지혜는 연륜과 비례하지 않고, 인격은 나이 숫자와 비례하지 않는다. 지혜와 인격은 바른 길을 걸어온 시간과 비례할 뿐이다. 사람은 이성을 지니고 감성으로 교감하며 산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고 상식 속에서 살아야 동물과 다르다.  

우리가 세상과 만나는 길은 관찰, 통찰, 성찰의 세 길인데, 결국은 마음에서 가치를 결정한다. 상상력이 낯선 세상을 내가 느낄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현명한 부모는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친다. 훌륭한 스포츠코치는 선수에게 운동화 끈 잘 매는 법부터 가르친다. 그 간절한 뜻을 알아차리기까지는 세월이 필요하다. 톨스토이는 세상사는 지혜를 얻는 세 가지 방법으로 명상, 모방, 경험을 들었는데, 연결을 통해 연상해내는 능력이 창의력이다. 우리 뇌의 무게는 몸무게의 2%밖에 안 되지만, 에너지의 25%를 사용한다. 우리가 뭔가를 생각하고 신경 쓰는데 퍽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의미다.

말 이전에 생각이 있고 말 이후엔 행동이 따른다. 계산되지 않은 실천이 또 다른 ‘미래의 나’를 만들 기회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남과 같은 것을 보면서도 또 다른 세계를 품을 수 있도록 인문 교양의 힘을 길러야 하며, 우리가 우리의 삶과 우주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철학적 사고도 연마해야 한다. 현대인에게 ‘코쿠닝’ 현상이 있으나, 최인훈이 말하는 ‘광장론’의 핵심은 밀실에서 ‘내공’이 축적돼야 광장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길재는 시조 ‘회고가’에서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며 ‘산천’과 ‘인걸’로 자연의 불변성과 인간의 가변성을 대조하였다. ‘청춘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는 격언도 유한한 삶에 대한 무상함을 느낀 채 한 말일테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이용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다. 사람마다 실제 인생의 길이도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간을 아끼면 유한한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승부처에서 석패하고도 괜찮다면 그 사람은 이미 프로가 아니다. 승부사에게 패배의 아픔은 항상 날것이어야 한다. 늘 이길 수는 없지만 패자의 역할에 길들여져서는 안 된다. ‘명분’과 ‘실리’가 완전히 일치하면 고민할 필요 없이 그 길로 가면 된다. 가슴 뛰는 꿈이 있고, 마음 나눌 좋은 사람이 곁에 있다면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말고 정진할 일이다.  

상생과 공존은 시대정신이다. 행복과 불행도 정신적인 차원의 문제일 수 있다. 유행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사는 것이라면, 스타일은 분명히 자기 자신의 것이다. 

 

한학수<청운대학교 교수, 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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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2020-07-14 23:44:15
지금 시대의 공존에 대해 많이 알게되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20-07-12 14:48:37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유행이 아니라 스타일을 만들며 살겠습니다~^^

2020-07-10 20:47:19
볼 때 마다 항상 감탄!!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용준 2020-07-10 20:37:13
좋은 글은 좋은 사람에 의해서 쓰여지는군요.

나라사랑 2020-07-10 16:46:50
좋은 글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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