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수 할머니 〈대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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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수 할머니 〈대추나무〉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0.11.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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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16〉
이병수 <대추나무> 36x26cm 싸인펜.

이병수 할머니는 74세이십니다. 그림그리기 활동을 하는 천태 1리 어르신 중에서는 비교적 젊으십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로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인정을 받고 계십니다. 언젠가 한글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그림도 같이 그리면서 선생님에게 칭찬을 많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이병수 할머니는 다른 분과 다른 점은 있습니다. 흰 종이를 남기지 않고 꼼꼼하게 색칠을 하십니다. 평소에 보고 생각했던 것을 기억해서 실재처럼 그리려고 하십니다. 그러다 보니 그림이 충실하고 그림을 보는 사람이 무엇을 그렸는지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병수 할머니가 한복을 입은 가족그림을 그려 오셨고 어르신들과 함께 그림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림 속 인물은 모두 여성으로 8~9명은 됐는데 저고리가 노랑이면 치마는 남색, 치마가 분홍이면 저고리는 보라와 같이 모두 다르게, 겹치는 색 없이 칠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누가 어떤 색 옷을 입고 있었는지를 기억해 그대로 색을 칠했던 것입니다. 정옥희 할머니는 그림을 보고 누가 누군지를 알아맞히셨습니다. ‘어허! 저기 가운데 한철이 엄마 아녀? 조건 길수 엄마하고 똑같네!’ 

실재와 같게 그리려고 하시니 이병수 할머니의 그림을 보면 무엇을 그렸는지, 그 때의 분위기와 상태가 어땠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특징을 잘 찾아내고 찾아낸 특징을 색채와 모양으로 표현하실 줄 아십니다. 비교적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그리셔서 그림을 보는 사람이 재미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대추나무〉를 그리실 때는 나도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뭐 그리세요?’ 하니 ‘조 앞 대추나무 그려요’하셨습니다. 가지 많은 대추나무를 어떻게 그리실까 궁금했는데 완성한 그림을 보니 역시 재미있었습니다. 늘어진 가지에 붉은 대추가 다닥다닥 달려있습니다. 특히 웃음이 나는 부분은 붉은 대추 사이에 아직 익지 않은 연두색 대추를 그려 넣은 것입니다. 대추의 붉은색. 푸른색의 조화는 여간 풍요롭지 않습니다. 이병수 할머니의 〈대추나무〉를 보면 그 풍성한 멋과 맛이 느껴집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수필가, 미술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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