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선 할머니 〈꽃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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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선 할머니 〈꽃병〉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0.12.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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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21〉

정순선 할머니는 94세이십니다. 그림그리기 활동을 하는 천태 1리 어르신 중에 가장 연세가 많은 분입니다. 또 가장 많은 그림을 열심히 그리시는 분이기도 합니다. 주로 잠이 안 오는 새벽에 그림을 그리신다고 하십니다. 지난 겨울에는 그림 한 점만을 그리셨습니다. ‘그릴 줄 몰라 창피해서 못 하겠더라’고 하셨습니다. 

지난겨울에 그리신 그 한 점을 액자에 담아 전시회에 출품하였었습니다.  전시회에 오셨던 정순선 할머니가 당신 그림을 보고 ‘창피하다’ 고 하셔서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여쭈어 보고 할 걸 그랬구나!’ 경솔했음을 반성했습니다. 추석연휴에는 천태 1리 소나무 아래에다 지난 겨울에 그린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고향을 찾아 온 친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조홍식 이장님의 마음입니다. 그 때도 정순선 할머니는 나에게 ‘저 그림 좀 바꿔줘요’ 하셨습니다. ‘맘에 드는 그림이 있으세요?’ 하고 여쭈어 보니 준비하고 계셨던 듯 당신이 그린 〈소나무〉그림을 꺼내셨습니다. 자신감을 갖게 되셨던 것입니다. ‘소나무를 한 번 더 그리고 싶다. 내 손을 떠나니 섭섭하다’ 고도 하셨습니다. 당신이 그린 그림에 애정을 갖게 되어 여간 기쁘지 않았습니다.  

정순선 할머니 그림에는 매력이 있습니다. 형태가 간결하고 색채가 아름답습니다. 종종 색칠하지 않는 흰 종이를 남기시는데 흰 종이 부분이 더욱더 색채를 생생하게 해 줍니다. 무엇을 그렸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정순선 할머니의 장점입니다. 그리고자 한 대상을 색채와 형태로 분명하게 파악하신 것입니다. 정순선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단순하고 명쾌하여 기분이 좋아집니다. 위 그림〈꽃병〉에 정순선 할머니 그림의 매력이 모두 나타나있습니다. 채색은 수성 싸인펜으로 했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수필가, 미술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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