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여든 둘… 국어·영어·수학을 배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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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여든 둘… 국어·영어·수학을 배우고 싶어”
  • 윤신영 기자
  • 승인 2021.05.29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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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은하면 대천리 김광운 씨
초등학교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김광운 씨와 그의 아내 이월선 씨.
초등학교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김광운 씨와 그의 아내 이월선 씨.

방통중 입학 위해 초교 학력 취득하려던 것이 계기
어렵겠지만 고등학교 과정도 끝까지 도전해보고파

 

지난달 10일 치룬 2021년 ‘제1회 초·중·고 졸업학력 검정고시’의 합격자를  충청남도 교육청 누리집을 통해 지난 11일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은하면의 김광운 씨가 최고령으로 초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를 합격했다는 소식이다. 1940년생으로 올해 82세인 김 씨를 은하면 대천마을 자택에서 만났다.

김 씨는 어렸을 때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무료로 가르쳐주는 공민학교를 다니다 좋은 성적 덕분에 초등학교 4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그는 결국 초등학교를 끝까지 다니지 못했다.

“그땐 다 그랬어요. 배움에 한이 맺혀 동갑이었던 다른 친구들의 소식을 찾았지요. 그랬더니 대천마을에 5명 있던 동갑 친구들이 모두 초등학교를 못 마쳤던 것을 알게 됐지 뭐에요.”

김 씨의 어머니는 어려운 살림에 공부를 좋아했던 김 씨를 위해 서당에서 천자문, 소학, 명심보감, 맹자 등을 배우게 했다. 하지만 김 씨는 공부를 끝까지 이어나갈 수 없었다. 당장 집안에 돈이 급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그만두고 마을에서 다양한 일을 하던 김 씨는 1960년대에 서울로 올라가 공장일을 하기 시작해 25년 동안 객지 생활을 했다. 그 시절 서울에서 갈산 출신이었던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1985년 고향에 내려와 직접 지은 집.

열심히 벌고 절약해서 조금씩 가세를 펴나갈 때쯤 김 씨는 다시 고향에 돌아올 계기가 생겼다.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형이 갑작스레 운명을 달리했고 형수 혼자 어머니를 모실 것을 걱정해 김 씨는 지난 1985년 급히 고향에 내려오게 됐다. 홀몸으로 고향을 떠날 때와는 달리, 그는 생애 처음으로 집도 직접 짓고 설비 가게도 열어 고향에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 이후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그중에선 고등학교 교육과정만큼이나 난이도가 높은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자격증들이 그의 공부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어느덧 김 씨는 여든이 넘은 나이가 됐다. 그동안 그는 은하면의용소방대장을 두 번이나 하고 은하면바르게살기위원장, 선거관리위원장 등을 역임한 지역 인사가 됐다. 그에 대한 신망이 높았고 나이도 들어갔지만 배움에 대한 아쉬움은 계속됐다.

그러던 중 그에게 배움의 기회가 찾아왔다. 무료로 중학교 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방송통신중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중학교에 대해 알아보러 갔을 때 초등학교 졸업장이 없어 중학교 과정인 방송통신중학교를 다닐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초등학교 학력을 인정받기 위한 김 씨의 도전이 시작됐다.

“초등학교 졸업장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여러 방면으로 알아봤습니다. 알아보니 초등학교 학력을 인증해준다는 교육과정이 있었는데, 그 교육을 받으려면 금마면까지 통학해야 했어요. 바쁘고 나이든 나에게는 무리라는 판단에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됐어요.” 

농사일로 바빴던 김 씨는 시간을 쪼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저녁에 9시 뉴스를 보고 10시쯤 공부를 시작해 자정 무렵까지 공부를 했다. 그리고 새벽 4시쯤 일어나 5시까지 공부하다가 다시 눈을 붙였다.

둘째 아들이 선물해준 노트북.

공부하는 김 씨의 도전소식을 들은 자식들은 기뻐하면서 아버지를 응원했다. 서울에 사는 큰아들은 천안으로 시험 보러 가는 아버지를 응원하기 위해 직접 시험 장소로 데려다주기도 했고,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공부를 위해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노트북 컴퓨터를 선물하기도 했다.

“합격 소식을 전해주니 모두가 좋아했어요. 아들들도 좋아하고 며느리들도 축하해줬지요. 처음엔 농사일로 바쁜데 나이 들어 무엇하러 공부를 하려고 하느냐던 아내도 합격하고 나서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는지 응원해줬어요.”

이제 초등학교 졸업인증을 받은 그는 중학교 과정을 노린다. 올해엔 중학교 과정의 방송통신중학교를 다닐 수 없게 돼 중학교도 검정고시를 준비해볼 계획이란다.

“공부를 정말 많이 한 동네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명심보감 책을 외우고 다니는데 그렇게 멋져 보이고 부러웠지요. 이제 나도 뭔가 하나 둘 씩 이뤄나가는데 창피하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기분 좋기도 합니다.”

방송통신중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을 배우고 싶었던 김광운 씨는 이제 가족들의 응원 속에 예전에 하지 못했던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고등학교 과정은 어려워서 못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끝까지 해볼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82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열정으로 주경야독을 실천하고 있는 김 씨의 학업에 대한 끝나지 않은 도전과 열정에 응원을 보태 본다.

김광운 씨가 보유한 자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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