方進寬 名唱(방진관 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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方進寬 名唱(방진관 명창)
  •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무형유산학과 교수>
  • 승인 2021.10.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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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質應由造化工
凌空綠竹賴喬松
一場赤壁疑歌曲
胸裏所存古與中

타고난 자질은
조화옹의 솜씨렸다
함차게 솟은 푸른 대
교송에 힘입었을 터

가곡인가 의심케 하는
적벽가 한 바탕
가슴 속에 있는 건
 ‘古’와 ‘中’ 그것이었다

[해설]
중고제 명창 방진관은 전기 팔명창의 한 사람인 방만춘 명창의 손자다.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면 출신이다. 국악연구가 노재명은 그의 생몰연대가 대개 ‘1860년∼1940년’일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 방응규(方應奎: 方應敎)는 방진관과 동일인이거나 일가친척일 것이라 한다. 그밖의 인적 사항은 자세하지 않다. 그는 1930년대에 경성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활동했고 음반을 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신제(新制) 판소리가 일세를 유행했지만 그는 끝까지 중고제 전통을 지켰다. 이것은 음반을 통해 확인된다.

방진관은 조부 방만춘의 소릿제를 계승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의 소리를 통해서 방만춘소리의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조손(祖孫)의 관계를 교송(喬松)과 수죽(脩竹)에 비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노재명이 수집한 빅타유성기 원반에 그의 소리가 녹음된 것이 있다. 적벽가 가운데 〈삼고초려(三顧草廬)〉, 〈군사설움타령〉 대목, 심청가 가운데 심청이 용궁 나오는 대목, 단가 〈녹음방초〉 등이 그것이다.

그의 판소리는 사설과 가락이 고아(古雅)하다. 특히 소리는 양반층에서 선호하는 가곡·가사·시조 등의 창법이 가미돼 있다. 처음 듣는 사람은 가곡인가 의심할 정도다. 북 이외에 여러 악기까지 반주를 하다 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마치 책을 읽듯이 느리고 덤덤하게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아니리가 별로 없고 음악적 변화가 적다. 판소리 발전사에서 가장 앞선 시기의 모습으로 보인다. 나의 관견(管見)으로는, 충청도 출신 중고제 명창 가운데 가장 고제가 방만춘-방진관의 소리이고, 신제 쪽에 가까운 것이 이동백·김창룡의 소리이며, 심정순의 소리는 그 중간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는 고제를 정통 판소리로 여겼던 것 같다. ‘중(中)’과 ‘고(古)’는 그가 일생토록 지켰던 가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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