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은 어디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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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은 어디든지!”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23.02.0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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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망울이 예쁘고 민첩한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도 벌써 한 달이 지나 입춘(立春)이 다가온다. 아마도 토끼하면 동화 ‘토끼와 거북이’가 떠오르며, 재빠른 토끼와 느림보 거북이와의 경기는 이미 승부가 결정된 게임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경기 결과는 의외로 거북이가 승리함에 꾸준한 인내에 찬사를 보내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경기는 정정당당해야 하기에 잠자는 토끼를 그대로 두고 먼저 결승점에 도착한 거북이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세상사는 양면성이 있고 한 가지 사물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전후, 상하, 좌우, 표리(속과 겉)를 보며 다방면에서 보고 판단함이 필요하다.

한편 우리가 가르치고 배우는 것도 그 범위와 한계가 무궁무진하고 무한대에 가까우니 배움이라는 것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는지도 모른다. 가령 학교(學校)는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기에 한자로는 배울 학(學), 학교 교(校) 대신 배울 학(學), 가르칠 교(敎)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에게 많은 변화가 있어 “19세기 교사가 20세기 교실에서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고도 한다.

그래서 기성세대의 교사는 나날이 발전하는 디지털 문화에 빠르게 적응해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가 어려워진다.

그와 동시에 오늘날 교육현장에서 명퇴하는 교사 중에는 그런 지식의 빠른 흐름을 수용하기 힘들어하고 더구나 핵가족 시대에 과잉보호로 성장한 학생들과의 견해 차이에서 초래되는 충돌에 불만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한 갈수록 일부 고학력의 학부모들이 교사에 대한 선입견이나 존경심의 저하도 명퇴에 한 몫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현직에 있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데 ‘어느 중학교 생물 시간에 담당교사가 식물의 이름을 몰라서 전전긍긍했는데 그 사실을 학생이 집에 가서 부모에게 전하면서 조금은 교사를 무시하는 말을 했다. 마침 그 이야기를 들은 식물학 박사이자 대학교수인 아버지가 그 담당 교사에게 전화로 알려주고 다음 날 직접 설명하게 했다’는 이야기다.

요즈음 월간 문학지를 읽다가 ‘사람들은 글자가 있는 책만 읽을 줄 알고 글자가 없는 책은 읽을 줄 모른다. 글자 없는 책이란 곧 세상이며 이 세상은 한 권의 거대한 책이다. 이 책의 페이지마다 많은 뜻과 정신이 들어 있다. 또 사람들은 줄이 있는 가야금은 탈 줄 알지만 줄 없는 가야금은 탈 줄 모른다. 줄이 없는 가야금이란 솔바람, 물소리, 새소리, 비 내리는 소리 등 자연계에서 발성되는 소리로 이것들을 끌어 들으면 그게 곧 무현금이 아닐까! 이들 악기에서도 현묘한 우주와 자연의 생명적 소리가 울려 나오고 있다’는 말에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편협함 속에 살고 있는지 가슴에 전율을 느꼈다.

지식의 석학이라고 하는 소크라테스도 자신이 아는 지식은 사막의 모래 한 알갱이 정도라고 했는데 하물며 평범한 우리가 아는 지식의 분량이란 얼마나 된다고 서로 경중을 따진단 말인가!

우리가 갖고 있는 갖가지 재능도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라고 했는데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능수능란하다고 자화자찬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인간은 죽을 때까지 배워도 다 못 배우는 것이 지식이요. 갈고 닦아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예능적 재질도 끝이 없는 것이다.

아울러 상대성 원리를 발견한 아인슈타인도 본인이 타고난 재능은 몇% 정도 밖에 활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것이고 천지만물은 우리의 무한한 교사이자 교실이고 교재이니 배울 것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이다.

결국 시공을 초월해서 가르치는 이가 스승이고 배우는 곳이 교실이고 배우는 이가 학생이니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기에 “배움은 어디든지…!” 펼쳐 있으니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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