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말무덤…빛 바랜 최영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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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말무덤…빛 바랜 최영 장군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10.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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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덩쿨 무성하고 안내판도 하나 없어
“향토유적으로 지정·관리해야” 여론 높아


고려말 충신 최영 장군이 자신이 아끼던 금마의 목을 베고 그 자리에 묻었다는 전설로 유명한 홍성군 금마면 장성리의 금마총(金馬塚)이 행정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관리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금마총은 군민들 사이에 흔히 말무덤으로 불리며 최영 장군과 얽힌 일화로 유명한 역사적 장소이지만, 지난 15일 금마총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실제 높이 3m, 지름 20m의 형상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잡초와 넝쿨로 뒤덮여 있는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둥글게 솟은 봉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얼핏 보면 금마총 위로 솟은 나무를 중심으로 형성된 낮은 동산으로 오인하기 십상이었다. 다만 금마총 앞에 세워진 4기의 비석만이 이곳이 어떠한 문화유적지와 연관된 곳임을 짐작케 했다.

금마총 주변의 정비도 시급한 상황이었다. 현재 금마총 위로는 장항선 철로가 가로질러 있으며, 금마총과 불과 10여미터 떨어진 홍성-예산간 임시개통 도로는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금마총에서 불과 2~3여미터 앞으로는 향후 서해선복선전철이 통과하게 될 곳임을 알리는 시추석이 세워져 있어 금마총은 마치 섬처럼 고립돼 있는 상황이다.

장성리 주민들은 이처럼 방치되고 있는 금마총의 보존·관리를 두고 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이렇다 할 답변과 대응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주민 김모(53·남) 씨는 “지금도 잡초들이 우거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다지만 한여름이면 덤불이 숲처럼 우거져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을 지경”이라며, “군청 홈페이지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려도 향후 관리에 만전을 다 하겠다는 천편일률적인 답변만을 하고는 실제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금마총에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며, 홍성군이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보수·정비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문화재 보존과 관련해 사업이 진행 중인 신경리 마애여래입상이나 임득의 장군 묘역과 같이 국가 및 도지정 문화재에 대한 정비사업은 활발히 펼쳐지는 것과는 달리 말무덤이 주민들의 잇따른 민원제기에도 불구하고 방치되는 것은 비지정문화재라는 이유만으로 지역사회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

실제로 관내 문화재와 관련한 업무를 맡아보고 있는 문화관광과 문화재계의 업무에서조차 금마총을 비롯한 비지정문화재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한 소정의 예산도 세워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 복선전철 지나가면 흔적이나 남을까 ‘우려’
한편, 최근 홍성-예산간 국도 구간에 놓인 과선교가 철거 되고 도로 폭이 확장되면서 도로의 높이가 지상 2m로 높아지자, 홍주성역사관측은 ‘말무덤 앞의 중요 비석군이 홍성·예산간 도로에 가려 미관에 크게 저해될 우려가 높아 홍주성 안으로 옮겨 보존·관리하겠다’는 목적으로 홍주목사 경섬·김희신·윤동원·유의 등의 선정비를 홍주성역사관 옆으로 옮겨 배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관내 향토사학자들은 중요 비석들조차 홍주성으로 자리를 옮기며 금마총이 더욱 초라하게 방치될 것이며, 무엇보다 비석이 위치한 역사적 개연성이 무시된 채 성급히 위치를 옮겼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 문화재전문위원은 “홍주목사선정비와 같은 주요 유물들이 홍성-예산의 길목에 위치한 역사적 개연성이 분명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도로가 높아진다고 해서 갑작스레 비석들을 옮긴 것은 다소 성급한 결정이라고 생각 한다”며, “더욱이 말무덤 인근 지역이 각종 유물 산포지 임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어떠한 절차도 없이 비석을 옮겨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결국 금마총과 주변 유물들의 통합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금마총을 향토유적으로 지정하는 사안이 시급하다는 제안에 중론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서해선복선전철까지 금마총 인근으로 통과하게 되면 각종 도로와 철로들이 관통하는 지대 한 가운데 위치해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홍성여고 조원창 교사는 “단순히 말무덤 하나를 두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최영 장군 관련 유적·전설이 전국적으로 홍성군에 집중돼 있는 만큼 최영 장군 유적 산포지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서라도 말무덤의 향토유적 내지 문화재 지정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관내 모 문화재전문위원 역시 “홍성군이 문화역사의 고장임을 천명하며 홍주성을 중심으로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지만, 최영 장군의 전설이 얽혀 있는 금마총과 같은 귀중한 자산을 소홀히 한다는 점은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하며,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금마총을 향토유적으로 지정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최영 장군과 홍성군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써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향토유적이란 시·군·자치구의 향토문화보호조례에 따라 지정되는 문화재로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지정문화재(국가지정, 시·도지정)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지역의 역사적 또는 예술적 가치가 있는 유적 등을 대상으로 지정되는 향토유적의 특성상 해당 조례에 따라 적절한 관리·보존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현재 홍성군내 향토유적으로 서부면 소재 양곡사(홍성군 향토유적 1호)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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