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에게 삶의 지혜와 의사소통능력 배운다”
상태바
“꿀벌에게 삶의 지혜와 의사소통능력 배운다”
  • 박승원 기자
  • 승인 2023.11.04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명석 오서산장수양봉원 대표
김명석 대표가 벌통 속 꿀벌들의 서식 환경을 살펴보고 있다.
김명석 대표가 벌통 속 꿀벌들의 서식 환경을 살펴보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양봉업계 입문해 40여 년 된 ‘오서산장수양봉원’
꿀벌과 꿈같은 인연 맺어 정성껏 보살피며 현재 300여 통 양봉
 지난 해 약 78만 꿀벌 폐사… 꿀벌 이용 농작물 수확량 ‘직격탄’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을 비롯해 청양군 화성면과 보령시 청소면, 청라면 경계에 있는 산인 오서산(烏棲山)은 예로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살아 까마귀 보금자리라고 부른 데서 지명이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오서산 상담주차장에서 300m 정도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산기슭에 꿀벌들이 하늘을 에워싸 구름처럼 보이는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은 오서산장수양봉원 김명석 대표는 “2000년대 초 뜻밖에 심한 건강을 잃는 위기를 맞아 등산을 시작했는데, 우연히 어느 날 꿀벌들이 자연 분화해 낮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벌을 벌통에 담아 정성껏 보살피다 보니 어느덧 300통까지 일궜으며 꿀벌과 꿈같은 인연을 맺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꿀벌은 ‘양봉’과 ‘토종벌’로 나눠지는데, 양봉은 토종벌보다 크기가 크고 강하며 등 색깔이 황금색이다. 토종꿀은 봄부터 가을까지 피는 갖가지 꽃의 진수를 따 모은 꿀을 벌 스스로 힘으로 1년 내내 숙성하지만, 양봉은 봄에 피는 꽃의 종류에 따라 아카시아 꿀, 밤꿀, 여러 가지 꽃이 섞인 잡꿀 등으로 나눠져 채취되는 점이 다르다.

김 대표는 “꿀벌은 수많은 육각형 방들이 있는 벌집을 만들어 군체를 이뤄 살며, 한 군체는 대다수의 불임성 암벌인 일벌과 나머지의 생식벌인 수벌, 그리고 유일하게 알을 낳을 수 있는 개체인 여왕벌로 이뤄져 있다. 일벌과 여왕벌은 독침을 가지고 있으나 수벌은 독침이 없다. 일벌의 독침은 천적을 만나면 사용한다. 하지만 거꾸로 된 가시가 있어서 사람 같은 포유류나 조류들에게 침을 박으면 침이 내장과 함께 빠져나가면서 죽는데, 사실 이 거꾸로 된 가시는 곤충들에게 침을 박을 때 쉽게 빼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포유류나 조류에게는 그게 역효과를 내는 것이다. 여왕벌의 독침은 다른 여왕벌과 싸울 때만 사용한다. 거꾸로 된 가시가 없어서 침을 쏜다고 내장이 빠져나가 죽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국 왕립지리학회는 지구상 반드시 필요한 생물 5종 중 하나로 꿀벌을 꼽았다. 꿀벌로 대표되는 화분매개자가 없다면 곤충으로 수정되는 꽃인 ‘충매화’는 번식할 수 없어, 그 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벌을 비롯한 곤충이 가루받이(수분)시키는 식물은 유채, 자운영, 토끼풀 등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 외에도, 사과, 호박, 수박, 옥수수 등 각종 채소와 과일도 포함된다.

유엔(UN) 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 90%의 식량을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1종이 벌의 수분 매개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쌀을 위주로 생산하는 우리나라의 농작물 중 17.8%도 꿀벌의 화분 매개가 없으면 그 생산량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벌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꿀벌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인 꿀벌 실종 현상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미국 하버드 대학교는 최근 화분매개자의 감소로 매년 약 40만 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국내 대규모 꿀벌 실종 사태는 지난해 1~2월에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지난해 겨울에만 국내에서 월동 중인 약 78만의 사육 꿀벌이 폐사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서는 전국 농가 1만 8826곳, 112만 4000개의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졌다고 한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꿀벌 집단 폐사의 원인을 기후변화, 응애류, 먹이부족, 농약살포, 면역력 약화, 관행적인 사양관리 등 여러 가지로 해석하며 명확한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현행법은 꿀벌의 개체 수 확보·집단 폐사에 대한 대책 마련 등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올해 4월 기준 피해율은 61.7%에 달한다. 벌통 하나당 1만 5000~2만 5000마리의 꿀벌이 살고 있다고 보면, 올겨울에 141~236억 마리가 죽은 셈이다. 이로 인해 농작물 수확량은 직격탄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한편 김명석 대표는 몇 년 전에 재미있게 읽은 “미국 코넬대학교 토머스 실리(Thomas D. Seeley) 교수의 저서 ‘꿀벌의 민주주의’에 따르면 우리가 꿀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공동의 이익을 공유하는 친밀한 개인으로 구성된 집단에서도 갈등이 결정 과정에 유용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까다로운 문제에 직면한 한 집단이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려면 여러 부분에 대해 신중한 논쟁을 거처야 한다. 집단적으로, 그리고 민주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꿀벌은 매년 새로운 보금자리를 선택하고 그곳으로 비행하는 생사가 걸리는 문제와 마주한다. 따라서 집단적 진상 조사와 격렬한 논쟁, 합의 형성이라는 전 과정에 사활을 건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현재 광천읍청록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우리도 수많은 사람들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음의 갈등을 꿀벌처럼 민주적이고 남을 헤아려주고 배려하는 공동체 생활을 영위해 간다면 현재의 갈등이 미래의 건설적인 발전에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