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 민간위탁, "주민에 요금폭탄, 군에는 재정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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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도 민간위탁, "주민에 요금폭탄, 군에는 재정적자"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12.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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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의결 앞두고 각계 시민단체 반발 확산

홍성군이 상수도 사업의 유지·관리 부분을 K-water(한국수자원공사)에 위탁하는 상수도 민간위탁 운영계획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물 민영화 정책으로 인한 공공성 훼손과 요금 인상을 비롯한 비용 문제가 예상된다며 지역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군은 최근 홍성군의회에 '홍성군 지방상수도 운영관리 위탁 계약안'을 제출하면서 군의회의 동의를 구하고 나섰다. 군은 "1968년도 이후 설치된 관내 상수도가 시일이 지나며 많이 노후되면서 유수율(수돗물 공급량에 대하여 요금을 거두어들인 비율. 누수율 평가지표로 사용된다. 유수율이 높을수록 누수율은 낮은 것으로 판단)이 올해 63%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는 시설 투자가 미흡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점 때문으로, 이 같은 상수도의 만성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20년간 K-water에 위탁하려고 한다"는 내용으로 동의안을 제출했다.

군은 상수도 관리를 위탁하면 국가 재정으로 노후관을 교체할 수 있고, 통합운영시스템을 통해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군의회는 지난 17일 산업건설위원회에서 동의안을 가결시켰고, 오는 21일 본회의에서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이다.


■ 과도한 위탁비용·수도요금 상승 우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조 충남본부, 홍성YMCA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진보신당 홍성당협 등 일부 정당들은 최근 홍성군의 상수도 민간위탁 추진에 거세게 항의하며 민간위탁 반대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단체들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물 민영화' 정책 교두보로써, 민간위탁으로 인한 공공성 훼손 △효율성과 비용절감 미미 △수자원 수질 및 자연생태계 악화 △군민 여론 수렴 미미 등을 이유로 민간위탁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충남지부 이장희 사무국장은 "상수도 위탁은 직영보다 물 값이 비쌀 수밖에 없고 위탁계약 종료 후에도 직영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수자원공사는 공기업 민영화 1순위에 올라 있어 이 같은 군의 방침은 장기적으로 상수도 민영화를 의미하게 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홍성예산당원협의회 차원의 군청 앞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남원근 씨는 "상수도 민간위탁은 전국 244개 지자체 중 18개 시·군만이 하고 있고 올해에도 3개의 지자체만이 시행계획을 밝혀온 것처럼 전국적인 대세도 아닐뿐더러 위탁을 추진했던 지자체들도 계약해지를 고려할 만큼 위험부담이 큰 계획"이라며, "물 민영화 사업이나 다름없는 이명박 정부의 '물 산업 육성전략'이 전국 지자체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군이 시급하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남 씨는 "군의 이 같은 계획을 몇몇의 공무원과 군의원, 극히 일부의 군민들만이 알고 있을 뿐"이라며, "향후 위탁대금 상승은 차치하더라도, 수도요금 등의 각종 비용 상승 문제를 비롯해 타당성 용역 등의 정보를 우선 군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하며, 상수도 위탁이 정말 타당한지 전문가 토론회 등을 통해 검증받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군 환경수도과 관계자는 "상수도 위탁은 말 그대로 위탁에 불과하며 요금인상, 정책결정, 각종 인허가 등은 군에서 관리하고 있어 생각처럼 급격한 요금인상은 발생할 수 없다"며 요금인상 등의 우려를 일축하는 한편, "지난 11월까지 지역별 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고, 무엇보다 지방상수도 운영 효율화사업의 일환이자 정부가 영세규모 지역에 한해 통합상수도 관리 지침을 세워 민간위탁할 시에 정부지원금을 보조하는 시스템으로 민영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격 결정권이 지자체에 있다 하더라도 일단 운영권을 확보한 민간기업은 제품의 품질을 담보로 강한 협상력을 지니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실정이다. 만에 하나 기업이 대형 로펌을 내세워 가격 협상으로 압박을 가해 올 경우 지자체는 예산으로 요구를 맞춰주거나 요금을 올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가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예산군민도 "상수도 민간위탁, 반대"
한편 홍성군과 비슷한 시기에 상수도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있는 예산군도 군민들의 강한 저지로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 공무원노조, 예산농민회, 참여자치연대 회원으로 구성된 예산군상수도민영화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에겐 요금폭탄, 예산군에겐 재정적자인 상수도 민간위탁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상수도 위탁운영시 재정적자가 매년 20억원 발생해 계약기간인 20여년 동안 총 4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용역보고서 내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탁운영을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캐물었다.

예산뿐만 아니라 홍성을 비롯해 민간위탁을 추진 중인 몇몇의 지자체들의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사업계획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미 상수도 민간위탁을 체결한 전국 18개 지자체들이 크고 작은 이유로 수자원공사와 마찰을 빚고 있으며, 위탁계약 해지를 고려하는 지자체도 등장하고 있어 상수도 민간위탁으로 인한 막대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일례로 2008년에 상수도사업을 위탁한 양주시는 지난 5월 계약중도해지를 위한 청문회 참석에 관한 공문을 수자원공사에 제출했다. 상수도사업 원가분석 용역 결과 수자원공사에 위탁할 경우 시직영에 비해 20여년간 약 1000억원이 더 지출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경기 광주시도 비슷한 이유로 지난해 6월 수자원공사 위탁 단가 조정 등의 재계약 단계에서 비용 지급을 일시 유보했으며, 경남 사천과 거제시는 수자원공사가 민간위탁을 받기 위해 제시한 경제성 검토 결과가 부풀려졌다며 위탁계약 해지 등을 예고했다.

이 밖에 민간위탁 중인 전국 18개 지자체 중 14곳의 실무 책임자들은 지난 4월에 비공개 토론회를 갖고 수자원공사와 맺은 부당한 위탁계약 등의 사례를 공유하는 등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군 환경수도과 관계자는 "상수도 위탁은 2010년도부터 타당성용역, 위탁심의위원회 등을 걸쳐 3년째 추진해 온 사업으로 의회 의결만을 앞두고 있지만, 군민들의 반대여론이 높다면 강행할 계획은 없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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