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물 민영화의 성지, 홍성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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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물 민영화의 성지, 홍성군인가요"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12.31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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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도 민간위탁 소식에 전국 '누리꾼' 폭주
대책위 반대 기자회견에 의회 상정 '무산'

홍성군이 K-water(한국수자원공사)에 상수도 민간위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 21일 의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었으나 소식을 뒤늦게 접한 각계 시민단체들의 강한 항의로 위탁계획이 전면 무산됐다. <본지 2012년 12월 20일자 256호 4면 참조>

군과 군의회는 당초 지난 21일 본의회에서 '홍성군 지방상수도 운영관리 위탁에 관한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조, 홍성YMCA, 참교육학부모회홍성지회 등의 시민단체와 진보신당 홍성당협, 녹색당 등 일부 정당들로 구성된 홍성군상수도민영화반대대책위(이하 대책위)는 본회의에 하루 앞선 지난 20일 오전 10시 30분, 홍성군청 정문 앞에서 '홍성군 상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홍성군의 일방적인 상수도 위탁방침을 규탄하며, 상수도 위탁 관련 안건의 의회 상정을 원천 무효화할 것을 주장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예산군의 경우 상수도를 위탁 운영할 경우 55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경제적으로 악영향이 불 보듯 뻔하고, 매년 물가반영 등을 이유로 약 388억의 위탁대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보고서가 있었다"며 같은 시기에 상수도 위탁운영을 추진하고 있는 예산군의 타당성 용역 보고서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한편, "현재 홍성군이 타당성 용역 보고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예산군, 양주시처럼 위탁 시 재정적자가 엄청나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아니냐"고 캐물었다. 이어 대책위는 '주민에겐 요금폭탄! 홍성군에겐 재정적자! 상수도 민영화를 당장 중단하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상수도 위탁운영은 민영화를 뜻한다. 이명박 정권은 물을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2010년 물 산업 육성전략이라는 계획을 발표하며 물 민영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군 상수도 개별위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기자회견문을 통해 "위탁운영의 진실을 숨기고 진행한 홍성군의 상수도 위탁운영 처리 절차는 원천 무효이며 위탁운영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공개해 재논의 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상수도 위탁운영은 직영보다 더 많은 재정 지출, 물값 폭등을 불러온다. 홍성군수는 수자원공사 사장인가? 군민을 위해 상수도 민간위탁을 당장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상수도 민간위탁을 둘러싼 시민단체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의회 본회의에는 상수도 민간위탁안 처리를 저지하려는 약 30여명의 군민들이 방청을 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대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수도 민간위탁안 상정을 관내 각계 시민단체들의 항의와 반발이 잇따르자 홍성군과 군의회는 지난 21일 안건 상정을 포기했고, 우려했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군은 내년 상반기에 상수도 민간위탁을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으로 당초 계획에서 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군청 홈페이지 마비…누리꾼들 성지로 찍혀
홍성군의 상수도 민영화 방침이 알려지면서 인터넷과 SNS에는 우려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홍성군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자칫 상수도 민영화가 새정부 출범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대책위 기자회견 다음날인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홍성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상수도 민간위탁 추진과 관련한 누리꾼들의 게시글이 약 150여개가 올라오며 홍성군 상수도 민간위탁이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음을 대변했다.

게시글의 대부분은 '물 민영화의 교두보에 있는 상수도 민간위탁을 반대'하는 내용이며, '홍성군민들 민영화 이룩하시고 세금 열심히 내시라', '수도 틀면 에비앙이 나오는 데가 홍성이냐'는 등의 비난글도 다수 포함됐다.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홍성군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홍성군청 환경수도과 관계자는 "상수도 민간위탁은 민영화와는 확연이 다르다"라며, "홍성군 상수도가 민영화된다고 확정된 것처럼 이슈로 부각된 것에 대해 조만간 군 홈페이지를 통해 정확한 입장표명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지난 21일자로 홍성군에 '홍성군 지방상수도 위탁운영 타당성 용역 보고서'의 보고서를 입수하는 대로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일반 군민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 설명회 등을 개최하고 최종적으로 자료의 분석이 끝나는 대로 기자회견을 열어 '홍성군 상수도 민간위탁'의 타당성 여부를 밝힌다는 계획이다. 한편 군은 내년 상반기에 시민단체들의 여론을 수렴한 뒤 '상수도 민간위탁 재추진'을 논의한다는 방침이어서 상수도 민간위탁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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