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 든 농부들, 협동으로 집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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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 든 농부들, 협동으로 집 짓는다
  • 김혜동 편집국장
  • 승인 2013.01.24 10:3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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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1호 소규모 협동조합 '얼렁뚝딱집짓기노동자협동조합'
▲ 얼렁뚝딱집짓기노동자협동조합 김영석 대표

협동조합 설립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협동조합이 붐을 이루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농협, 생협 등 관련 법상 8개만 협동조합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일부터 금융·보험업을 제외하고 어떤 분야든 5명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다만 설립 성격에 따라 형태는 구분된다. 지자체에 신고필증만 받으면 바로 활동할 수 있는 '일반협동조합'과 정부 인가를 받고 매년 감사를 받아야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뉜다. 비영리사업인 사회적협동조합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이후 홍성 지역에서도 동일한 사회적 목적을 지닌 모임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집 짓는 농부'들이 모여 지난 17일 충남도에 설립 신고를 한 '얼렁뚝딱집짓기노동자협동조합(대표 김영석, 이하 집짓기협동조합)'은 기본법 발효 이후 홍성에서 결성된 첫 협동조합이다.

꼼꼼히 지어도 시원찮을 집을 '얼렁뚝딱' 지어버린다니. 협동조합 이름에서 오는 의아함과 궁금증을 안고 김영석 대표를 만난 것은 겨울비가 내리는 지난 월요일이었다. 협동조합 구성 이전에 자신이 참여해 지었다는 스트로베일 하우스 앞에서 '망치를 든 농부'를 표방하는 김 대표를 만나, '얼렁뚝딱집짓기노동자협동조합'의 가치관과 지향점,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생태적재료로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집짓기협동조합의 구성원은 김 대표를 포함해 총 8명이다. 모두 타 지역에서 홍성군 홍동면으로 정착한 귀농인들이며, 실제로 건축을 전공한 이는 1명에 불과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얼렁뚝딱' 집짓기를 마음먹은 계기는 대다수 귀농인들이 시골지역 정착에 첫 관문이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살 집'을 구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공통점에서 출발했다. '빈집을 구하는 게 어렵다면 살고자 하는 사람이 집을 짓자'는 마음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다보니 지금의 8명이 모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1명을 제외하곤 홍동에서 새롭게 정착한 농부들이 '집짓기협동조합'을 결성해 자신들의 집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추구하는 주거철학과 뜻을 같이 하는 의뢰인의 집도 '보다 저렴하고 튼튼하게' 짓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 출발했다. 집짓기협동조합은 1인당 3구좌, 1구좌당 10만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 8명의 조합원이 모였으니 출자금 240만원으로 시작한 셈이다.

본래 직업이 농부라지만 보다 완벽한 집을 짓기 위해 구성원들 각자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집짓기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등 이들이 짓는 집은 아마추어의 그것이 아니었다. 김 대표의 경우 '흙처럼아쉬람'이라는 흙집학교와 통나무집학교를 수료하고, 그곳에서 배운 기술을 모두 접목시켜 지난해 홍동면 금평리에 자신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현재 집짓기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이웃 조합원들의 집 2채도 현재의 조합원 4명이 참여해 지난해 완공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으로 불리는 '스트로베일하우스(볏단을 주재료로 지은 집)'와 양파망 원단에 흙을 넣어 집벽을 쌓아올리는 '어스백하우스'가 그것이다. 집짓기협동조합이 표방하는 가장 자연에 가까운 집은 최대한 친자연적인 재료를 사용해 최대의 에너지효율을 지닌 집이다.

또, 자신의 집을 짓고자 하는 의뢰인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주인장과 함께 생태적 재료로 짓는 제대로 된 집'을 표방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 건축사무소나 업체에 맡겨 공사를 진행하다보면 그들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집주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방향으로 구조나 인테리어를 변경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데, 집짓기협동조합은 매번 긴 시간의 회의를 통해 집주인의 의견을 듣고 당사자가 원하는 구조나 디자인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며, "이제는 어엿한 협동조합으로써 다양한 집을 지어야 하는데, 우리의 기술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외부의 전문가를 영입해 집주인의 요구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의식주' 자급하는 홍동에서의 삶 '만족'
전라남도 광주가 고향인 김 대표가 홍동에 정착한 것은 9년 전. 소위 잘나가는 철강회사에서 6년간 실력을 쌓았던 그가 새로운 도전 삼아 준비했던 국가고시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치열한 도시 생활에 대한 회의와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열망이 겹친 시기였다.

당시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주목받던 지역인 홍성을 선택한데에는 지금도 후회는 없단다. 풀무학교 전공부에서 지역공동체 문화와 농사짓는 방법을 배우고 풀무생협에서 친환경농산물들을 관리했던 시간들이 소중한 자양분으로 현재의 그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시골에서의 삶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농사를 지어 내가 먹을 것을 기르고, 내가 살 집을 스스로 짓고, 지역의 의료생협을 통해 의료복지를 해결할 수 있는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는 김 대표.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부인이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홍동에서 같이 살지 못하는 점을 꼽았다. 김 대표는 "아직 멀게만 느껴지지만 10년쯤 뒤에는 아내도 홍동으로 내려와 같이 살게 될 것 같다"며, "주말부부로 지내는 시간이 물론 안타깝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홍동에서의 충만한 삶이 허전한 마음을 모두 채워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얼렁뚝딱집짓기노동자협동조합'이라는 인생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생태적인 재료를 이용해 제대로 된 집을 짓길 원하는 동지들과 함께 한 집, 두 집 지으며 그들이 꿈꾸는 공동체의 그림을 그려간다는 소박한 꿈이 현재의 그를 웃게 만들고 있다.


■ '얼렁'은 '함께', '뚝딱'은 '쉽게'
"얼렁뚝딱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다소 가볍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라구요" 집짓기협동조합의 앞글자인 '얼렁뚝딱'은 '얼렁뚱땅'의 '얼렁'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다. 김 대표는 "옛말에 '얼렁장사'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때 얼렁은 '함께'라는 뜻이었고, 함께는 결국 '협동'과 일맥상통하는 말이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뚝딱뚝딱' 소리 내며 집을 만들기도 하고, 또 맘만 먹으면 '뚝딱' 만들 수도 있으니 '얼렁뚝딱'은 '집짓기협동조합'에겐 딱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누구보다 개성이 강한 8명의 귀농인들이 모인 집짓기협동조합이 멋들어진 안성맞춤 이름까지 걸고 시작한 만큼 이들의 향후 행보가 관내 소규모 협동조합의 선례로 남기를 바래본다. 김 대표는 "기본적으로 독립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여 협동조합형 인간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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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신문 2013-02-19 20:51:04
이메일주소 확인이 안되네요. 죄송하지만 hjn@hjn24.com으로 이메일 보내주시면
협동조합에 대해 정보 남기도록 하겠씁니다

김학진 2013-02-18 12:02:13
상기 집짓기 협동조합 기사를 읽고 문의드립니다.
협동조합 대표자분 연락처좀 알수 있을까요
고향이 홍성인데 귀농을 생각하고 있으며, 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메일로 회신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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