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과 꿈 그리고 희망의 계절 봄이 오고 있다.

지난 겨울이 유난히도 추워서 일까. 봄의 전령 개나리도 아직은 봄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얼음이 녹아 속삭이듯 흐르는 시냇가에 버들강아지만이 봄을 재촉하듯 쪼뼛 거린다. 이제 시샘 추위만 지나면 해 마다 아름다운 봄을 시샘하듯 찾아온 불청객, 누런 모래가 멀리서 바람을 타고 와 온 세상을 뒤덮고는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하겠지만, 이 미세한 모래들은 산성화 된 토지를 알카리성 토지로 변화시켜 준다고 한다.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의 순리를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산다는 마음으로 봄을 맞이한다면, 불청객은 어느덧 멀어져 가고 훈훈한 바람이 얼굴을 스칠 것이다. 따스한 햇살에 하얀 속살을 내비친 봄바람에 나부끼는 목련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노라니 매스컴에서는 성급하게 꽃소식을 전하고 있다. 엊그제만 해도 폭설에 대한 소식에 멀게만 느껴지던 봄이 이제 저 멀리 남쪽으로부터 온다고 한다. 시선을 밖으로 돌리니 벌써 아파트 입구에서는 함지박에 봄나물을 파는 아낙네들이 보이고 길가에 정연하게 서 있는 쥐똥나무에도 연초록 새싹이 쪼뼛거린다. '푸른 하늘을 우러러보면 나도 파랗게 물들어 간다'는 어느 시인의 이야기처럼 비가 개인 아침, 아파트 모퉁이에 자그마한 매화나무 한 그루, 찬란한 햇빛을 받으며 피어나는 매화꽃을 보니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저 꽃이 아닌가 하고 잠시 시선을 멈추어본다.

그리고 어느새 몸과 마음은 봄바람 속에 쌓여 오는 맑디 맑은 새싹들의 향기로움이 지난날들의 아쉬웠던 그리움까지도 회상하게 한다. 폭풍우가 지난 다음날의 아침을 연상케 하는 싱그러운 아침햇살, 그 따사로운 햇빛아래 노란 개나리와 연분홍의 진달래의 향연은 사람들의 시야를 더욱 아름답게 장식 하리라. 내 고장 홍성의 봄은 백월산 마루에서 시작된다. 남쪽의 남산과 더불어 홍성에서 아름다운 산으로 산마루는 경사가 완만하고 우거진 각종 수목이 잘 어우러 진데다 자연경관이 보존돼 있어 그 신선한 아름다움이 멈칫거리는 봄을 손짓하니 벌써 봄은 이만큼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산이 거기 있어 산에 오른다"라고 누군가 말하였지만 그저 산이 좋아 오늘도 오를 뿐이다. 하느제로 통하는 오솔길 같은 좁다란 등산로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바삭바삭 밟으며 오르니 그저 정겹기만 하다. 바위 밑에 망울을 머금고 따사로운 햇빛을 향해 님을 기다리듯 앉아 있는 진달래는 불어오는 바람이 미운 듯 웅크린 모습으로 아직 망울을 터트리지 않고 있지만, 저만큼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무엇을 기다리듯 서 있는 찔레는 찬란한 여름을 기약이나 한 듯 재기의 힘찬 망울을 터트리려 하고 있다.

봄이 무르익어 갈 때면 푸르고 울창한 백월산의 숲은 연인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의연한 자세로 아름다운 새들의 멜로디와 함께 우리에게 손짓 할 것이다. 대자연의 섭리에 의해 다가올 봄의 향연에 감사의 기도를 아끼지 않아야 하겠다. 차가운 대기 속에서 삶의 괴로움에 부딪혔을 때, 나의 심신을 달래주고 포근한 가슴으로 안아줄 이 봄의 백월산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봄의 의미심장한 소리를 듣고, 마음속에 깃들어있는 꽃향기를 맡아가며 삶을 계획하리라. 논두렁 밭두렁에 민들레가 만발하고 푸르른 하느제에서 종달새의 멜로디가 아름다운 운율로 울려 퍼질 때 우리의 삶은 의미를 더해가고 심오한 진리의 눈을 뜰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영원한 벗 백월산에 가보라. 철따라 어여쁜 옷을 갈아입고 잘 정돈된 휴식공간을 지나며 듬직한 바위에 기대 보노라면 굳은 의지의 체온을 나누어주고, 바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세상이 점점 작게 보일수록 내 마음속의 헛된 욕심도 점점 작아지리라. 요란스런 삶의 잡음은 사라지고 귓전을 스치는 미세한 음성이 들릴 것이다.

세상이 나를 속여도 백월산은 언제나 내 마음을 미리 알고 후련한 대답을 해 준다. 그래서 백월산을 함부로 노래하지 못하겠다. 차마 이 무딘 마음으로 그 아름다움을 해칠까 두려워 가만히 듣고 보고만 온다. 조용히 자라는 나무들, 노래하는 산새, 묵묵히 반겨주는 듬직한 바위,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새벽에 살짝 망울을 터트리는 꽃들, 높은 봉우리에 걸 맞는 깊은 골짜기, 산은 내 놓고 사랑을 해도 누구하나 다투는 이가 없다. 내 산이 아니어도 마음대로 오르내리며 때로는 응석도 부리며 보채도 산은 다 받아준다. 백월산을 오르내릴 때 많은 등산객을 만난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서로 인사를 나누면 서로 친구가 되는 것 같다.

백월산 친구! 그것은 우리 홍성의 친구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오르는 이들을 본다. 그러면 격어야 할 어려움이 안타까워 그냥 내려가자고 하고 싶지만, 산을 오르는 어려움 보다는 신선함과 보람이 더 하기에 산을 오르고 또 오르며 봄을 만끽해 보는 것이다. 백월산의 향기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