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홍동면 사거리 남쪽방면 도로에서 여고생 한 명이 달리는 차에 치어 머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그곳은 홍동초등학교 후문 근처입니다. 주변에는 마을활력소와 한우식당, 정육점이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잦습니다. 홍동면 사거리에서 그곳까지는 200여m정도입니다. 그곳으로 가려면 어렵습니다. 차를 타고 가거나 아니면 시속 70~80km로 달려 내려오는 자동차들을 마주하며 차도 옆을 아슬아슬 지나가야 합니다. 인도도, 학교주변이라는 푯말도, 속도를 줄여주는 방지턱도, 횡단보도도 없는 그곳을 사람들은 긴장하며 지나다닙니다. 아이들은 그런 길을 건너 학교에 갑니다. 또 얼마 전 홍동면 사거리 서쪽 방면 갓골어린이집 근처에서 밤길을 걷던 학생 한 명이 턱을 크게 다쳤습니다. 인도가 중단되고 시멘트로 된 도랑이 곧바로 이어져 있는 것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도랑이 흐르는 바로 옆은 차도입니다. 차도엔 근처의 레미콘 공장에서 나온 레미콘 차량과 덤프트럭이 그 큰 몸뚱이로 차도를 꽉 채운 채 빵빵거리며 달리곤 합니다. 도랑과 찻길 사이에서 차한테로 빨려들 것 같아 반대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도랑에 빠지게 되고, 도랑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차에 치일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이런 길로 가끔 스쿨버스를 놓친 어린아이가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목숨을 건 등교를 합니다. 차들이 쌩 하고 지나가면 자전거를 탄 아이가 도로 안쪽으로 휘청합니다. 홍동면 사거리 북쪽 방면에는 하나로마트와 농협과 식당 등이 있습니다. 사거리중앙에서 그 곳으로 가려면 건물과 주차된 차들의 좁은 틈을 빠져나가거나 아니면 아예 차도 가운데까지 나가 걸어야 합니다. 그나마 사거리의 신호를 받은 차들이 서거나 혹은 느린 속도로 움직여서 위안을 삼지만 늘 그렇지도 않습니다.
시간이 빠듯한 초록신호에 욕심을 낸 차들이 쌩 하고 지나갈 때는 위험천만합니다. 가끔 사거리 정 중앙에선 그런 차들의 충돌사고가 일어나곤 합니다. 초등학생 아이에게 혼자 하나로마트에 가서 무얼 사오라는 심부름은 좀처럼 하기가 어렵습니다. 홍동면 사거리 동쪽 방면에는 다리가 있고 다리가 끝난 지점 까지만 다리 옆에 인도가 붙어 있습니다. 그곳을 지나가면 고등학교와 중학교가 나옵니다. 등하교하는 아이들은 매일 차들의 눈치를 보며 찻길을 걸어 다닙니다. 이 길들은 차들이 별로 없고 사람들이 많았던 때 만들어진 길이었습니다. 그 땐 이 길로 달구지가 지나고 사람들이 여유 있게 걸어 다녔습니다. 아이들은 하늘도 보고 꽃도 만지고 장난도 치면서 학교를 갔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자동차만 신이 납니다.
그동안 어른들은 가장 절실했던 살 집을 짓고 먹을거리를 마련하느라, 먹을 걸 실어 나를 자동차를 만드느라, 그 자동차가 편리하게 다닐 길을 닦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너무 고되고 힘겨워 균형이나 안전, 아름다움 같은 것은 한 켠으로 밀쳐놓을 수밖에 없는, 사치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지쳤거나 잊어버렸거나 그것을 느낄 감각이 마비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어른들은 그리 불편해하거나 문제라고 느끼거나 그래서 어서 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만 잘 다닐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운전을 하고 다니지만, 아이들은 걸어 다녀야 합니다. 자동차가 다니는 길은 넓고 반듯하게 잘 닦여 있지만, 아이들이 걸어 다녀야 하는 길은 없습니다. 어른들은 편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늘 위험에 빠져 있습니다.
어른들은 자동차를 '미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미래'라고 말합니다. 미래로 통하기 위해선 '길'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 미래로 통하는 길을 만드는 일이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동네 사거리에 안전한 보행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길이 편하고 아름다우며 공평하기까지 하다면 정말 더 좋겠습니다. 그런 길을 만들기 위해 우리 어른들이 앞장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