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다랭이마을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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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다랭이마을을 다녀와서
  • 맹다혜 (주민기자·곰이네농장 대표)
  • 승인 2013.05.05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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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우문현답이라는 모임에서 남해 다랭이마을을 다녀왔다. 우문현답은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의 줄임말로 전문가 여러분의 재능기부와 농업인들 간의 상호 멘토링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며, 서로의 발전을 돕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다.

감사하게도 남해 다랭이마을 위원장님이 회원이셔서 좋은 경치를 감상하고 더불어 농사짓는 사람들의 수많은 고민과 애환을 듣고 올 수 있었다. 다랭이마을은 농사지을 땅이 귀한 척박한 마을이었단다. 그런데 지금은 펜션과 민박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됐고, 돈을 버니 오히려 마을 갈등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또한 위원장님이 로컬푸드 카페를 짓고 계신데, 상세한 운영계획 등 너무 많은 정보를 얻고 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저녁시간, 농가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시간이 있었다. 어느 여성농업인께서 일이 많긴 한데 그래도 그간 가꿔온 농장이 아깝고, 주변에서 하도 체험을 하라, 가공을 하라 부추기니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질의가 있었다. 농장이 커서 일만 해도 빠듯한데 한 일에 비해 소득이 적으니, 체험과 가공, 관광, 뭐든 하긴 해야겠고 지금보다 일을 더 하는 것은 어렵겠다는 그분 고민이 나와 너무 비슷했다.

농업을 6차산업화 하겠다는 것이 농업인을 더 힘겹게 하는 게 아닌지, 단순한 생각을 하던 차에 다랭이마을 이창남 위원장님을 비롯한 여러분들로부터 어느 정도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농업인은 생산해서 생물 그대로 좋은 값에 팔면 장땡이다. 그것처럼 좋은 것이 없다.
둘째, 그게 안 됐을 때 다른 활동들을 하는데 체험은 운영을 잘못하면 앞에서 돈을 받고, 소득은 별로 없는 활동이 될 수 있다. 운영이 중요하고, 포기하는 부분이 있어야 얻는 것이 있다며, 농사를 줄이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셋째, 가공은 앞으로 시설 투자비가 점점 높아진다. 개인 농업인은 OEM방식이 살 길이다.
넷째, 6차산업화를 하여 돈을 벌겠다고 마을만들기 사업에 섣불리 뛰어드는 것은 잘 해야 본전이다. 경관조성을 하고, 자연스럽게 소득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우선 고려할 사항은 주민들의 행복이지 돈이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농사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세대가 나중에 머릿속의 지식만 가지고 농업정책을 좌지우지할 위험성을 생각해서라도 어린이들을 위한 농촌의 다양한 체험활동이 마련돼 조금이라도 농촌을 알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결론은 내 개인이 농사일을 하면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의 양을 솔직히 따져보고, 다른 일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단순생산보다 나을 수 있는 준비가 됐을 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내 귀엔 그날 나눈 대화 가운데 "농사를 줄이고…" 라는 말만 왕왕거려서, 스스로 너무 한심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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