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를 당했다면, 이렇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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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당했다면, 이렇게 하세요”
  • 서영은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5.08.21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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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서영은</strong><br>변호사<br>법무법인 태림 고양분사무소 지사장<br>칼럼·독자위원
서영은
변호사
법무법인 태림 고양분사무소 지사장
칼럼·독자위원

보이스피싱은 예방도 중요하지만, 피해를 입은 후 얼마나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달라진다. 범죄가 확인된 이후 단 몇 분의 지연이 피해금 전액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즉시 조치’가 핵심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급정지 신청’이다. 피해자가 자신이 송금한 계좌번호를 인지하고 있다면, 즉시 해당 금융회사에 전화하거나 방문해 해당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경찰 신고 여부와 무관하게 금융회사 창구 또는 고객센터(대표번호 112, 금융감독원 1332)에서 피해신고 접수가 가능하다. 피해 발생 시각으로부터 30분~1시간 이내에 지급정지가 이뤄지면, 상대 계좌에 남아 있는 잔액에 한해 동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피해금이 이미 인출됐거나 다른 계좌로 이체된 경우, 환급은 사실상 어렵다.

지급정지 신청 후에는 가까운 경찰서나 사이버범죄수사팀에 즉시 피해신고를 접수해야 한다. 피해 신고서 작성 시에는 범죄 수법, 송금 시각, 금액, 상대 계좌번호 등 가능한 모든 정보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며, 필요시 계좌이체 내역, 문자메시지 캡처, 통화녹음 등 증빙자료도 첨부해야 한다. 이 절차는 피해금 반환을 위한 ‘지급정지 후 채권소명’과 ‘피해환급신청’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

이후 일정 절차에 따라 금융회사는 피해자에게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피해자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고 정당한 피해자라는 점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경찰의 수사 진행 사실 확인서, 진술서, 송금 경위서, 통화내용 녹취 등이 포함된다. 금융기관은 이 자료를 토대로 계좌 잔액 중 피해자에게 반환 가능한 금액을 환급하게 된다. 다만 계좌 명의인이 피해금 반환에 동의하지 않거나, 여러 피해자가 존재하는 경우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금융사고가 아니라, 형사사건이자 민사 분쟁의 성격도 함께 갖는다. 때문에 수사기관 협조와 동시에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피해금 환급 과정에서 계좌명의인과의 소송이 필요한 경우, 지급정지 기간(통상 30일)이 종료되기 전에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해자가 동결된 자금을 다시 회수해갈 수 있다.

이처럼 피해자는 단시간 내에 지급정지 신청부터 경찰 신고, 소명자료 제출, 나아가 민사소송 제기까지 복잡한 절차를 감내해야 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재산 손실 외에도 또 다른 고통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왜 그런 전화에 속았느냐’는 주변의 시선과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겹치며 정신적 부담까지 안게 된다.

그러나 보이스피싱은 단순히 부주의로 인해 생긴 문제가 아니다. 이 같은 범행은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어, 정보에 취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그렇기에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과 제도적인 보호다.

다음 칼럼에서는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한 경우 금융기관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왜 필요한지를 최근 판례와 입법 논의를 중심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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