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인식 못하는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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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인식 못하는 박근혜 정부
  • 전만수<한양대 겸임교수·본지 칼럼위원>
  • 승인 2013.05.21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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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는 물속의 개구리 같다" 지난달 발표된 '매킨지' 보고서의 적시다. 경제 성장률이 8%에서 5%로 그리고 2%대로 갈수록 떨어지고 가계부채는 악화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은 자신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정체와 과도한 주택비와 교육비에 짓눌린 빈곤한 중산층 또한 큰 문제임을 지적한다. 소득 2만달러에서 10년 이상 횡보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대한 통렬한 충고다. 그럼에도 현 정부 경제팀의 사안을 보는 시각은 심각성을 체감키 어렵다. 애당초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낮게 잡은 느긋함의 여유에 포위된 듯하다.

성장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많은 난제가 놓여 있다. 대통령만이 경제부흥을 위해 당초 소원했던 대기업에 직간접으로 읍소하는 행간을 만난다. 이미 한국경제는 대기업의 볼모가 되어 있는지 오래다. 대기업의 협조 없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요원할 뿐이다. 원론적으로 도덕과 정의를 논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는 철없는 배부름이다.

망언을 거듭하고 있는 아베는 밉지만 아베정부에 의한 일본경제의 성공적 이륙은 부럽다. 위기관리 리더십이 극명히 비교된다. 유행처럼 추진하는 양적완화 즉 저금리 기조가 곧바로 기업의 투자의욕을 자극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52조원 수준이다. 유동성 함정에 빠져있는 상태다. 이를 해결하는 선무작업이 필요하다. "신성장 산업이 보이지 않고 시설투자 사업이 보이질 않는다" 며 "일의 선후가 바뀌었다"는 재계의 반응을 숙고해야 한다. 성장 전략에 경제계의 호응은 절대적이다. 대통령 방미에 동행한 재계 빅3 오너 회장을 위시한 기업인들이 정부의 '창조경제'에 화답하며 적극적 투자의사를 밝힌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기업 투자를 유인하는 정부의 분위기 조성이 선결과제다. 권력이 무서워서 박수를 치는 것은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실체를 인정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윤리와 경제 민주화를 유도해야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유용한 방법이다.

대국민 선명성 경쟁에 뒤지고 싶지 않은 정치권 또한 여유가 없는 것도 악재다. 여당은 냉가슴만 앓는 경우가 빈번하고 민주당은 몸집은 127석의 거대 야당인데 창당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4·24 보선은 민주당의 존재 의미마저 심하게 손상시켰다. 제1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는 무력한 지경에 이르렀고 안철수 의원의 원내 진입은 민주당 위기의 실제상황이 되었다. 심지어 안철수 신당론과 맞물려 야권의 종속변수화 설(說)까지 회자된다. 답답함이 우선 선명성에 활로가 될 까 의존한다. 박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발목 잡는 정치권에 대하여 야속해 할 수 있으나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면 자업자득 부분이 많다. 권력은 힘이 큰 쪽으로 구심력이 쏠린다. 대통령의 배려와 양보가 분위기 조성에 절대적이다. 재계(財界) 또한 채널을 다각화하여 다독여야 한다. 방미 중 미국에서 열린 재계와의 간담회는 냉랭한 대기업과의 관계개선에 유효하였다. 하지만 52명으로 구성된 대규모의 경제 사절단의 위용(?)은 한국경제의 비민주적 권력작동 메카니즘을 대외에 보여주고 있는 듯하여 씁쓸한 뒷맛이다.

지난 15년 동안 우리는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작금의 위기는 과거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구조적 문제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다중의 대외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어두워지는 경제 성장률 전망, 성장 모범국에서 열등국으로 급락하고 있는 현실 앞에 한가롭게 선악을 논할 게재가 아니다. 성장 없는 행복은 허상이다. 한국경제에 대한 대 반전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성장전략에 대한 밑그림은커녕 그렇게 내세우는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대선공약에만 집착하고 있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출범 4개월에 접어든 박근혜정부 위기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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