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농촌 정착 '귀농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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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 농촌 정착 '귀농 멘토'
  • 맹다혜<곰이네농장·주민기자>
  • 승인 2013.06.0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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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농장에서 귀농인실습지원사업을 통해 실습을 하고 있는 이승진 씨와 새로 신축한 하우스에서 고기 파티를 열었다. 고기를 구워 먹으며 '우리 집에서 실습하며 본인 하우스 농사를 지으려면 철야작업을 해야 한다'는 둥의 대화를 나누었다. 이승진 씨는 현재 나이 마흔으로 홍성군에 혼자 귀농했다가 부모님, 아내, 아들 모두를 데려온 귀농계의 능력자다. 보통 귀농한다고 하면 가족들의 반대가 심한데 그것을 이겨내고 설득해서 모시고 내려온 것을 보면 능력 하나는 인정해야 한다.

나는 가끔 찾아오는 귀농 회의감을 희석시키려면 어떤 보람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른 재미있는 일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 하나가 귀농하는 분들 도와드리기다. 초보귀농인은 선배 귀농인이 멘토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 귀농한 분들의 흔들리는 동공을 보면 예전에 내가 귀농을 하면서 겪었던 일이 생각나 측은하기도 했다. 고향에서 오래 농사를 지어온 분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뜨내기들만의 정서를 선배귀농인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누가 누굴 돕는다는 개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내 자신이 농사를 다 알지 못하고 농사만 좀 더 오래지었을 뿐이지 귀농자들보다 사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돕는다는 것 보다는 서로 가진 것을 주고받으며 돕는다고 말해야 예의라는 생각에서다. 처음에는 선배농업인과 초보귀농인간 1대1 멘토링을 생각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한사람이 무엇을 가르치면 배우는 사람은 의구심이 들게 마련이고 그러다가 '우리 선배는 별거 아니다'라는 생각에 이를 수 있고, 그러다가 사이가 안 좋아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승진 씨를 위해 새롭게 영입한 멤버가 장곡면에서 들깨잎을 재배해 월 400만원 정도의 고소득으로 올리는 유태용 씨다. 이분은 거침없는 돌직구가 매력으로 우리는 못하는 말을 적나라하게 쏟아 부어 주고 있다. 또한 지금껏 안 해본 작물이 없어 이승진 씨는 물론 우리까지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렇게 두 선배농가가 이승진 씨를 돕는다며 잔소리를 하고, 괴롭히고, 가끔 도와주면서 티격태격 재미있게 지낸다. 나는 나이가 어려 이승진 씨에게 뭘 가르친다 하면 견디기 어려워할 것 같아 남편과 유태용 씨가 전면에 나서 관리해준다. 가끔 형님들을 쳐다보는 이승진 씨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면 심했구나 싶어 적당히 하라고 조언해주는 정도가 내가 하는 일이다.

어찌됐든, 적어도 선배의 입장은 그렇다. 이승진 씨 농사가 잘 되지 않으면 결국은 우리가 욕을 먹는다는 것이다. 초보 농사꾼이야 못해도 처음이니까 이해들 해주지만 우리는 남의 농사를 망쳤다는 비난을 안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잔소리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라도 아우가 잘되길 바라는 형님들의 마음이라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부디 초보 귀농인 이승진 씨가 잘 정착해서 서로 재미있게 지내는 좋은 지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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