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목숨 걸고 지키고 싶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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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목숨 걸고 지키고 싶은 나라
  • 유요열<새홍성교회 담임목사·칼럼위원>
  • 승인 2013.06.24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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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이 무렵이면 나라를 생각하게 된다. 특히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분들의 희생을 생각하게 된다. 왜 그들은 목숨을 걸었을까? 일제의 압제에 맞서, 공산침략에 맞서, 독재에 맞서 목숨을 걸면서까지 그들이 지키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의지를 갖고 나선 분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시대 상황 속에 영문도 모른 채 희생당한 분들도 많이 계실 터. 그러나 그 죽음도 폄하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희생이 있어, 지금 우리가 이 시대를 살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과 후손 그리고 민족과 그 미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래서 나라는 그 자체로 지켜야할 가치가 있는 소중한 것이다.

목숨을 거는 희생을 감수했던 선열들이 지금 이 시대를 보면 뭐라고 하실까? 희생한 보람을 느끼게 될까, 괜한 희생이라고 한탄하게 될까? 우선은 세계 최대 빈국에서 10대 경제대국을 눈앞에 둔 외형적 모습에 감탄하실 것이 분명하다.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독립유공자들의 패가망신,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무시천대, 민주열사에 대한 조롱의 현실을 저들이 알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을까! 자신이 희생하고 억울한 죽음을 당할 때, 혼자만 살겠다고 친일하고 반민족하고 반민주 했던 이들이, 여전히 아니 더욱 공고히 기득권을 형성하고 누리고 있는 현실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으실 것이다.

그나저나 요즘 사람들은 무엇에 목숨을 걸고 사나? 우선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정치인들이나 그 주변에서 가끔 그런 말이 나오긴 하는데, 말하는 당사자도 듣는 국민도 말뿐이란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국가관 부재' 운운하며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일부의 말빨도 전혀 먹히지 않는 현실이다. 요즘 사람들이 목숨을 거는 것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가정, 건강, 직장, 생활터전, 어렵게 모은 작은 돈에 목숨을 건다. 운 나쁘게 나쁜 병이라도 걸리면 패가망신이다. 직장에서 짤리는 순간 폐인이다. 이 터전에서 밀리면 일가족 몰살이다. 나라와 민족의 소중함을 몰라서가 아니다. '나라'가 나를 지켜 주지 않으니, '나'라도 나를 지켜야겠다는 본능적 작용이다.

지킬만한 가치를 지킨다는 측면에서 보수는 소중하다. 그러므로 참된 보수는 자신에게 늘 물어야 한다. '우리(보수)가 지키려는 것은 무엇인가?' 그 다음은, '무엇으로부터 지켜야 할 것인가?' 보수가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것으로 가치로 삼았다면 그것은 칭찬받을만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기득권이 작용하면서 보수의 불행이 시작된다. '무엇을'은 사라지고 '무엇으로부터'만 남게 되는데, 보수가 이 함정에 빠지면 결국, 적(무엇으로부터)을 만드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 방식을 삼게 된다. 적을 만들어 분노와 증오심을 부추기고,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 본래 지키겠다고 내세운 가치는 슬쩍 팔아먹고 만다. 결국 자기 기득권만 지키고, 기득권만 남는다.

나라 자체가 소중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나라를 지킬 힘은 어디서 오는가? 소수 기득권자들이 나라의 가치를 독점하게 되면 나라를 지킬 힘은 사라지고 만다. 나라는 소수 기득권자들이 아니라, 국민이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무기가 아니라 나라를 지키고 싶은 가치를 느끼는 국민이 지키기 때문이다.
6월을 보내며 순국선열 앞에 소망을 담아 기원한다.

"가진 자들이 겸손히 사회와 민족을 위해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해 주고 존중해 주는 나라, 한 번 넘어진 사람도 용기를 내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라,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아름답게 잘 지키고 가꾸는 나라, 모진 목숨 스스로 끊어야 할 일이 없는 나라, 내 가정 내 건강 내 직장 내 삶의 터전을 잘 지켜 주는 나라, 평화로 통일되어 세계로 평화를 수출하는 나라, 너무 좋아서, 너무 행복해서, 너무 자랑스러워서, 목숨을 걸고라도 반드시 지켜 내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나라! - 그런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무엇일까? 마침내 자신들과 같은 그런 희생이 다시 필요 없는 나라가 아닐까! - 목숨을 걸지 않아도 저절로 잘 지켜지는 그런 우리나라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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