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성수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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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성수스님
  • 맹다혜<곰이네농장·주민기자>
  • 승인 2013.07.0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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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장곡면 행정리 우리 동네에 있는 미타사에 스님을 뵈러 다녀왔다. 내가 이 동네에서 처음 농사를 시작 할 때 동네 구경 좀 한다며 돌아다니다 미타사를 발견했고 성수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깨끗하고 조용한 동네에 작고 소박한 절 하나만 있음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딱 그런 절이었다. 내가 절에 다닌다고 하면 가서 뭘 빌거나 점을 보거나 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번에도 스님께는 어떻게 하면 화를 안내고 살 수 있는 지를 한참 여쭤보고 듣다왔다.

성수스님께서는 여스님이시고 꼼꼼하시고 티 하나 없이 깨끗해야 하는 분이시라 만나보면 이모 같고 어릴 적 깐깐했던 담임선생님 같다. 그래서 스님과 단둘이 앉으면 어렵기보단 편하게 밀려뒀던 수다를 떤다고 해야 맞다. 스님껜 버릇없는 말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멀쩡한 젊은 여자가 귀농한다고 했을 때 참 말이 많았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먼저 말을 건네는 성격은 아니라 가만있었더니 벙어리란 소문이 났었고 논에다 하우스 짓는다니 미쳤단 소리도 많이 들었다. 난 아무 생각없이 다녔는데 어디서 누구랑 있었는지도 알고계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웃을 일이고 걱정해주시는 관심이라고 이해하지만 6년 전 그때는 시골정서에 적응이 잘 안되서 답답하고 놀래기도 했었다. "어? 새댁 말만 잘하네, 말 못한다더니" 이러시면 자존심 센 어린나이에 도대체 나를 어디가 잘못되어서 농사나 지으러 온 사람으로 아시는지 멘붕이 왔고 그때마다 그냥 절로 향했다.

절에 가면 가끔 운 좋게 스님께서 국수나 밥을 해주시기도 했는데 얼마나 맛있었는지, 일에 절어서 허기진 상태로 가면 그렇게 먹을 것도 챙겨주시고 위로도 해주셨다. 어르신들의 걱정어린 관심이지 절대 나쁜 뜻이 아니다. 지나보면 알게 될거다, 그럴 때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고 책도 골라 주시고 하셨다. 아마 내가 그때를 잘 넘기고 폼 나지는 않아도 이만큼 버티고 있는 것은 스님 덕분일 것이다. 그렇게 스님은 좁아터진 내 마음을 조금씩 넓게 만들어 주시는 것 같다. 힘든 일 있을 때마다 털어놓고 위로받고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스승님이 있어서 이 동네가 너무 좋았다.

이번에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화를 안내고 산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될텐데 그게 잘 안된다고 했더니 나름의 명상법을 알려주셨다. 바쁘다고 자주 못가다가 어제 가서 한 4시간 시원하게 수다를 떨고 내려오니 맘이 이렇게 깨끗해질 수가 없다. 아무쪼록 이 동네에서 함께 사는 동안 스님께서도 건강하시고. 지금처럼 자유롭고 강하신 모습으로 계속 미타사에 계셨으면 좋겠다. 나도 스님처럼 만나면 좋은 기운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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