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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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 유요열<새홍성교회 담임목사·칼럼위원>
  • 승인 2013.07.18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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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7월에 제정되고 1987년 10월에 개정된 대한민국헌법 1조 1항 2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지만, 이 헌법 조항이 의미 있게 지켜진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믿는가?'라는 물음에 가장 먼저 콧방귀를 뀔 사람들은 권력자 그들일 것이다.

작년 12월 초 대통령선거 경쟁이 한창 뜨거울 때, 우리들은 이상한 사건을 하나 목격했었다. 국정원의 한 여직원이 출근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인터넷에 대통령 선거에 관련 댓글질을 하다가 걸린 그 사건 말이다. 이것은 사실 논란거리도 되지 않는 명확한 범법행위였다. 국가기관의 공무원이 본래 주어진 업무와 무관한, 더구나 선거에 영향을 끼쳐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운동원 노릇을 불법적으로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법적인 절차를 밟아 법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왜? 당연히 선거 때문이다. 사실상 1:1 박빙의 대결 중에 국가기관의 불법개입 여론조작 사건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는 어린 아이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 아닌가! 그것이 사실로 인정되는 순간, 선거는 사실상 끝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가? 여론을 조작하는 것으로 권력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이미 그 짓을 하고 있던 이들이다. 치밀하고 조직적인 물타기 여론조작이 곧 바로 시작되었다. '여자를 강제로 감금했다. 여성의 인권이 침해당했다.' 불법 선거운동의 수혜자로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할, 그 후보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TV토론 직후, 그 여성의 하드디스크에 대선관계 댓글은 없었다는 경찰 발표까지…. 물론 이런 것이 다 거짓이었음이 들어 났지만 선거는 이미 끝난 후였다. 그런 그들이,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믿겠는가?

지난 선거에서 국정원의 더 큰 활략은 사실 따로 있었다. 아직 계속되고 있는 NLL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도 사실 관계는 명확하다.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국가 기밀문서를 지키지 않고 폭로해서 법을 어긴 것이다. 그러나 여직원 사건과 비교해서 NLL을 더욱 악질스런 범법행위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여직원 사건은 발각이 되면서 급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는 반면, NLL은 의도를 갖고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선거조직과 함께, 기밀문서로 지켜야 할, 전 대통령의 외교 발언 문서 중에 짜깁기하고 없는 말까지 보태서 자료를 만들어 선거기간 내내 선거판을 NLL 논란으로 이어가려 했다. 왜? 국론이 분열되면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는데 대선 과정에 문제가 됐던 국정원 댓글과 NLL 관련 의혹으로 여전히 혼란과 반복이 거듭되고 있어 유감"이라면서, '국정원 스스로 개혁하라'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범법행위가 없었다면 개혁을 요구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고, 범법행위를 인정한다면 범법행위 결과로 당선된 것에 대한 송구함을 먼저 국민에게 말해야 옳다. 그런데 셀프 개혁이나 하라고? 이것은 사실, '국정원 작품인, 댓글과 NLL 덕분에 당선되었는데, 내가 어찌 국정원을 손 볼 수 있겠는가'는 말과 다름 없는 것이다. 그들이 정말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온다고 믿겠는가?

지난 주말 서울광장에 2만 여명이 모여 국정원 규탄 집회를 하고, 지난 한달 동안 전국의 수많은 단체와 학생들이 국정원의 국기문란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했는데, KBS도 MBC도 SBS도 종편도 모두모두 조용하다. 왜?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2013년 7월, 대한민국 헌법은 어디에 있는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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