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장사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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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장사 본능
  • 맹다혜<곰이네농장·주민기자>
  • 승인 2013.07.26 18: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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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13년 봄, 여름 토마토 농사는 버티고 버티다 드디어 직접 직거래를 시작했다. 그동안은 지역 영농조합에 내는 것 외에는 경매시장에 내거나, 골치아프다는 이유로 다른사람에게 내 농산물 판매를 맡겨 왔었다.

낮에 입에 단내나도록 일했는데 또 저녁에는 블로그에 페이스북에 밤새도록 관리하고 전화받고 사람들 상대하고, 택배 사고에 골머리 썩고 그럴거면 그냥 직장을 다니지 뭐하러 농사는 지려고 했겠냐며 고집을 부려온거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아무리 일해도 정당한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한이 되는 것 같았다. 가락시장에 대추토마토를 내면 먹는데 아무 상관없는 꼭지가 빠졌다며 지네 맘대로 가격을 후려치질 않나, 무농약이라 팔기 어렵다며 한번 더 후려치지 않나, 꼭지가 안 빠지게 하려면 선별기를 돌리지 말고 그 많은걸 손으로 골라 포장하라는둥 별 말 같지 않은 말로 짜증나게 했다.

계약재배를 하더라도 시장가격이 비싸면 눈이 휘둥그레져 쫓아다니고, 시장가격 떨어지면 괜한 꼬투리 잡고 계약금만 주고 도망다니거나, 안가져가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가락시장에 있는 장사치들이나, 동네 돌아다니는 조무래기 장사치들이나 아무리 인간적으로 대해보려고 해도 어쩜 그렇게 다 똑같은지, 면상을 한대씩 후려쳐주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러다 점잖게 농사짓다 늙어죽긴 틀렸다고 보고, 일단 작은 하우스 1동만 직거래를 시작했다.

이것도 올해 처음 대추토마토를 따서 서산 충서원예조합에 가져다 줬더니 어디갔다 오랜만에 오냐며 무슨 신고식마냥 또 가격을 치길래 도저히 못 참겠어서 불낙 처리하고 도로 가져오면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아니, 하다못해 친환경 약 한번 안치고 처음 딴 이쁜 내 토마토를 어쩜 그렇게 취급하는지 참다참다 폭발한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교육받고 모임도 같이 하던 블로그 마케팅 전문가 송영호 선생님께 이런 얘길 하며 직거래로 팔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도와주신다고 하셨다. 내가 블로그에 일단 글을 올리면 송선생님이 더 잘 어필되도록 고쳐주시는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됐다. 블로그에도 적절한 마케팅 기법이 많이 있었다. 웃긴 것은 평소에 심심풀이와 재미로 해왔던 페이스북과 블로그가 이런 때에 많은 도움이 됐다. 내가 어떻게 농사짓는지 대충 아시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내 토마토를 사 드시는 경우가 되자, 우려했던 택배사고, 무식한 소비자와의 실갱이는 단 한건도 없었다. 오히려 토마토를 사주셔서 내가 감사한데, 사 드시는 분들이 감사하다고 하셔서 그런 대화 덕분에 힘이 났다.

그렇게 무농약대추토마토 한동이 거의 직거래로 다 팔려나가고, 나머지 끝물이 남았는데, 시장가격이 좋길래 몰아따서 시장출하했다. 내가 농사가 많아서 나오는 물량 전부를 직거래를 할 수는 없지만, 농사를 이해해주시는 따뜻한 고객님이 있는 자체가 큰 힘이 된다. 송영호 선생님 말씀처럼 직거래는 소농이 자립하는데 필수조건이다. 나도 고집부리다 늦게 시작했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나도 자립하고, 내고객님들께도 좋은 농산물로 건강하실 수 있다면 농사짓는 큰 보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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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2013-08-26 09:32:48
가락시장장사치.동네조무라기장사치.무식한소비자.그사람들탓하지마세요.그들이존재하기대문에.귀농해서농사짓는것입니다.마음가짐부터고치세요.그래야귀농에성공할수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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