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동 전망대(展望臺)에서
상태바
속동 전망대(展望臺)에서
  • 구재기 시인
  • 승인 2013.08.16 1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재기 시인과 함께하는 시로 찾는 ‘너른 고을 홍성‘ <9>

 




뻘밭 발자국에
갯물 고여 올라도
물결이 멈추어 있을 때는
여자보다 남자가 더 슬프다
날 선 호미를 들고
자갈과 모래 섞인 뻘밭에서
살아있는 조개를 캐낼 때마다
몽우리져 나오는 슬픔 하나
남자에게는 견뎌내기 너무 힘들다
사랑은 가장 깊이 박힌 뿌리
여자는 눈초리를 슬며시 내리며
돌을 집어 힘껏 던져보지만
밀려가는 파도는
작은 물결조차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랑에 속하는 것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모든 생애의 물결 위에 존재하는 것
한때의 열병처럼
사랑을 채비하면서도
다시 시작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시각
우연히, 속동 바닷가
코스모스 꽃숲을 홀로 찾았던
해맑은 여자를 떠올리다가
남자는 끝내 좌르르 눈물을 흘린다
숱하게 오며 가며
뻘밭에 새겨진 눈물자국
갯물 고여도, 돌 던져보아도
물결은 무반응처럼
출렁여 볼 기미조차 없다 


행정안전부 지정 '속동 갯벌마을'은 이름 그대로 누구나 바다를 체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대하축제로 유명한 홍성군 남당리 포구로 가는 국도 40선에서 해안관광도로를 따라 몇 발자국 뛰다 보면 바로 만날 수 있다.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호미를 빌려 갯벌에서 조개를 잡고, 고동을 주울 수 있는 갯벌 체험으로 바다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니다. 전망대 바로 앞 바다를 향하여 부끄러운 듯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 작은 '모섬'을 향하여 걷다가 다시 계단에 올라 전망대에 이르면 서해의 낙조가 황홀경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곳에는 영화 '타이타닉'(Titanic, 1997)에서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잭 도슨 역)와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 로즈 드위트 버케이터 역)이 사랑에 빠진 키스신으로 명장면을 연출한 바로 그 모습 그대로를 콘셉트(concept)화하여 연인들끼리의 추억 만들기에 일조하고 있다. 천수만을 향하여 천천히 나아가는 홍성의 '타이타닉호'에서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광경은 온누리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이러한 멋진 분위기는 잃어버린 사랑까지도 되찾게 하는 신비한 마력까지 준비되어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의 아픈 가슴을 훈훈하게 해줄 것임이 틀림없다. 바로 도로 건너에는 홍성군승마체험장이 있어 갯벌체험에 따른 사랑의 분위기는 한층 고조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