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USB 등 분석 돌입
10여명 소환 불가피할 듯
광천재래시장 시설현대화사업 과정에서 뇌물수수 의혹을 받아온 홍성군청 간부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해당 의혹과 관련한 USB(이동식저장장치)와 유서가 발견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남겨진 유서와 USB 분석 작업을 통해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관계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공직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충남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유서를 남기고 돌연 잠적했던 홍성군 간부공무원 A씨가 잠적 11일째인 지난 23일 보령시 청소면 오서산 등산로 인근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는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운전석에 앉은 채로 숨져 있었으며 A씨가 새롭게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와 USB도 함께 놓여 있었다.
A씨의 유서에는 ‘죽음으로 뉘우친다’, ‘뒷일을 부탁한다’,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USB에는 A씨가 생전에 누군가와 전화통화한 녹음파일과 함께 광천재래시장 시설현대화사업과 관련한 문서파일이 존재하는 것으로 충남경찰은 전하고 있다.
충남경찰은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증거가 포착되자 변사사건을 맡았던 보령경찰서로부터 A씨의 유서와 USB를 넘겨받아 본격적인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경찰은 문제의 USB에 대한 분석이 끝나는 대로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군청 공무원과 사업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본격 소환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A씨가 남긴 USB에는 민간인과 공무원 등 8~9명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어 기존 조사 대상에 올라 있는 인물을 포함하면 10여명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또 필요한 경우 압수수색까지 병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앞서 지난 21일 군청 경제과로부터 사업 관련 자료 일체를 넘겨 받아 분석에 들어간 상태다.
A씨의 사망, 새로운 증거 포착 등 관련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며 속도를 내자 홍성 공직사회는 침울한 분위기 속에 사건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경찰의 수사대상이 확대되면서 광천재래시장 시설현대화사업과 관련한 전․현직 간부와 관계 공무원들이 소환대상 명단에 오르내리자 전반적으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른바 ‘108번뇌 사건’의 재연을 우려하는 군민들의 목소리를 감지한 듯 말을 아끼며 전반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애써 업무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사건 추이를 지켜보는 군민들도 크게 동요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지역사회에서는 갖가지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번지고 있다.
한 주민은 “불미스러운 일이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해 전국으로 알려지면서 외지에 나가있는 출향인들로부터 지역 상황을 묻는 전화가 잇따라 곤혹스럽다”며 “관내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온갖 의혹과 소문이 난무하고 있어 분위기가 어수선한 만큼 지역 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정확한 정황은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돼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으로써는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는 방법 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한숨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