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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04.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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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총선이 지나갔다. 예상하지 못한 많은 이변이 있었고, 희비가 엇갈렸다. 결과를 통해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말이 각 정당에서 주로 하는 말이었고, 국정쇄신을 비롯한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바꾸겠다는 말도 많이 들렸다. 처음 국회의원이 됐으므로 국회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갖고 당선 인사를 하는 당선인이 많았다.
국회를 바꾸겠다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다른 국회의원을 바꾸는 것이 가능할까? 당을 바꾸고 쇄신하는 것을 어떻게 한다는 것일지도 궁금하다. 다른 국회의원이나 자신이 소속된 정당을 바꾸기보다 국회의원 당선인이 바뀌면 더 간단할 수 있다. 나와 타인은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인식이 다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변화되기 어려운 말, 행동, 인식의 습관이 배어있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다른 국회의원보다 나 자신을 먼저 바꾸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이 많다면 자연스럽게 국회가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와 성인을 바꾸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청소년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그들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그 어느 누구도 청소년을 변화시킬 수 없다. 아무리 반복적으로 말하고, 학교나 사회에서 상과 벌을 주어도 변하지 않는다. 단,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자나 교사, 사회의 성인들이 변하면 청소년은 변할 수 있다. 보호자들은 자녀인 청소년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용돈을 더 주기도 하고 아예 안주기도 하고, 휴대폰을 최신으로 사주기도 하고 압수도 한다. 컴퓨터를 사주기도 하고 인터넷을 끊기도 한다. 부드러운 말로 타이르기도 하고 체벌도 가한다. 다른 방법도 사용했겠지만 결론은 어떠한가? 그 어떤 방법도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아마 효과가 적었을 것이고, 실망감 혹은 절망감, 포기 이런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효과가 없었던 것은 타인을 바꾸려고 노력했고 감성적 접근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을 비롯한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맨 먼저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어야 된다. 이성적인 사람도 감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청소년은 감성이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더 감정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보호자와 관계가 나쁘면 아무리 좋고 옳은 말도 듣지 않는다. 잠깐 주변을 생각해 보자. 지금 내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제시하는 의견을 따른 적이 있었는지, 또는 어떤 사람의 의견을 거절했을 경우에 그 의견이 싫었는지 아니면 그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싫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지난 몇 년 동안 다양한 곳에서 교육을 실시했다. 대상자는 학부모, 교사, 중고등학생, 대학생, 노인, 재소자, 사회복지기관 직원, 결혼 이주 여성이었고, 주제도 의사소통, 성폭력예방, 가정폭력예방, 인성, 자녀양육, 사춘기 자녀와 친해지기, 환경에 반응하는 아이들, 발달심리, 상담이론 등이었다. 연령과 직업이 다양했다. 필자는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전문 강사가 아니다보니 교육을 하면서 실수를 반복했다. 교육생이 졸거나 딴 짓하거나 강사와 언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었고, 준비해간 PT자료의 오류에 대해 강하게 지적도 받았다. 어떤 경우는 교육생의 질문에 대답을 못해 창피해서 고개를 들지 못할 때도 있었다. 어떤 교육생은 필자에게 교육을 받으면서 상처를 받아 교육에 나오지 않았다는 말도 들었다. 이와 같이 교육생은 강사의 교육내용과 강사의 태도에 반응한다. 그러나 많은 실수를 통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교육이 잘 되고 안 되고는 교육생과 아무 관계가 없고 강사의 문제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교육생과의 문제는 아주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청소년과 보호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핵심은 바로 ‘나’다. 내가 얼마나 나를 이해하고 있는지, 내가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점점해 볼 시간이다. 나를 바꾸기 위해서.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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