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늙어보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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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늙어보았냐?”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16.06.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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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내포 신도시에 있는 대한노인회 충남연합회 대회의실에서 각 시군 노인회 경로당활성화 프로그램 강사 양성교육이 있었다.
그동안 무심코 들어오던 경로당이 조선시대에는 ‘기로소(耆老所)’에서 시골의 사랑방과 노인정으로 불리던 것이 1972년에 비로소 경로당 창립총회를 개최함으로 50여년의 역사를 이어왔으며 전국에 6만4000여개의 거대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단체가 되었다고 한다.
이 날 교육을 통해서 경로당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사례발표를 하면서 평소에 농담처럼 하던 마을 경로당을 동경대(동네경로당대학)로 승격시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시군마다 노인대학이 있는 것처럼 경로당 프로그램 이수자들에게도 동경대 졸업장을 수여하면 어떨까? 이는 현재 경로당에 출입하는 분들은 7,80에서 90세에 이르기까지 가정이나 사회에서 헐벗고 험난한 보리 고개를 넘어온 무명의 용사와 무언의 애국자들이기 때문이다. 가난 때문에 못 배운 한을 풀어내며 만학도의 길을 걷는 그들에게 3-4년의 과정을 이수하고 4각모와 가운을 입고 졸업장을 받는 순간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삶의 성취감을 느끼는 모습에서 숙연함을 목격하게 되었다.
우리 인체의 모든 장기가 저마다의 역할과 소중함이 있는데 어느 날 손이 “나는 매일 밥 수저를 떠서 입에 넣어주기만 하고 나에게 직접 돌아오는 것은 없다”고 불만을 갖고 자신이 하던 일을 멈추었다.
한 끼 두 끼를 단식하니 온몸에 힘이 빠지고 손까지 움직이기가 어렵게 되어 그 때서 손이 하는 일이 결국 손에게도 영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가정에서 특히 엄마들의 역할이 꼭 손에 비유가 되며 매월 무보수로 하는 작은 일들이 전 가족에게 직접적인 파급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됐다. 누군가의 말대로 “가난은 죄가 아니고 다만 불편할 따름이다”라는 말처럼 “못 배운 것이 내 탓이 아니고 가족을 위해 희생했을 뿐이다”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 반만년 역사의 고난의 짐을 지고 세월에 밀려 정착하여 이제 100시대를 눈앞에 둔 오늘의 노인들 중에는 노후가 장밋빛 인생만이 아니고 갖가지 병마와 빈곤과 고독과 학대 속에 어두운 늪을 헤매는 이들이 많은 안타까운 현실을 간과할 수가 없다. 치매로 방황하는 노인들, 자식은 있어도 나몰라하는 아들 딸들이여!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시대, 노인을 no人으로 취급하는 부도덕한 세태에서 부모를 학대하는 아들이 36.1%요 배우자가 15.4%요 딸이 10.7%라는 기이한 현실은 누구를 탓해야하는가!
“부모님 살아계실 때 섬기기를 다 하여라”는 옛말은 하나의 공염불이 되었으며 늙음은 누구나 한 번씩 경험해야하는 과정인데…!
“네가 늙어보았나?”나는 젊어도 보고 늙어도 보았다는 어느 촌로의 경험담에서 세상살이는 심은 대로 거둔다는 법칙을 배우게 된다.
나도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을 내 자식에게 그 보다 더 많이 사랑할 것이기에 부모에 대한 효도가 무효하다는 지극히 타산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에서  인간 본연의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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