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이중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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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이중인격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07.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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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기고한지 2년이 되어간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필자가 쓴 글을 보고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글에 공감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자녀를 잘 양육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직접적으로 질문도 했다. “당신은 정말 글 쓴 것처럼 청소년을 대하고 있습니까?”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진다. 실제로 실천도 잘 못하면서 남에게 실천하라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중인격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실제로 청소년에게 화를 낸다. 감정도 상하고 소리를 지를 때도 있다. 어쩌면 저렇게 눈에 거슬리는 언행을 골라 하는지 짜증도 난다. 대처법도 알고 소통하는 방법도 알지만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변명의 여지없이 아직 인격적으로 성숙되지 못했고, 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다.
이중인격적인 실수를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며칠 전에도 화가 나서 참지 못하고, 3명의 청소년들에게 화를 내고 심한 말을 했다. 1시간 쯤 지나고 후회가 밀려왔다. 1명에게는 전화를 걸어 필자의 언행을 사과했고 나머지 2명에게는 학교에서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 어른답지 못한 행동을 했다.” 스스로에게 창피했다. 더 창피한 것은 이런 것이 알고 있는 이론과는 상관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가끔은 하늘을 보고 한숨을 쉰다.
최근에는 배구 동아리 학생들을 데리고 교류전을 다니고 있다. 학생들이 아주 흥미 있어 하고 열정적으로 운동을 한다. 불규칙했던 학생들의 학교생활도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성인 배구 팀들과 교류전을 하는데, 자신들을 가르쳤다고 하면서 30대로 보이는 남성 2명이 다가왔다. 20여년이 지나서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얼굴을 보니 알 수 있었다. 오랜만이라 너무 기뻤고 같이 운동할 수 있어 더 기뻤다. 
그 졸업생들을 보니 지나간 일도 떠오른다. 교사 초창기 시절 다양한 경험과 인내심이 부족한 상태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니 그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많이 주었다. 상대를 존중하거나 말을 충분히 들어보지 않고 판단을 내렸고 체벌도 했다. 체벌보다 더 상처 주는 것은 심한 말이다. 모든 일을 내 중심적으로 생각했고, 그 생각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지도 않고 학생들에게 강요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나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까?” 하고 죄책감도 밀려온다. 아마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더 가슴 아팠을 것이다. 학생을 통합적으로 전인적으로 본 것이 아니라 부분을 전체로 오해하고 있었다. 학력이나 성적도 중요했지만 그 학생의 환경적 요인도 충분히 파악하고 지도했어야 됐는데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인줄 알았다.
그 때는 가르치기만 하는 교사였다. 실제는 선생이 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철없는 교사였다. 늦었지만 지면으로나마 그 학생들과 부모님에게 사과를 드린다. 늦게 이렇게 철든 것도 결국에는 주변에서 만나는 그 철부지 학생들이고 인간이 되게 도와주는 것도 어린 학생들이다.
많은 어른들이 자녀 양육에 대해 질문한다. 실질적으로 대답해 줄 것은 없지만 분명히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누구나 자녀를 양육하면서 실수를 할 수 있다. 그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보다, 실수를 한 뒤에 어떻게 자녀에게 대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실수를 인정하고, 대화를 하면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자녀를 존중한다고 해도 실수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호자가 실수를 할 때마다 진정성 있는 태도를 반복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좀 변할 수 있다. 그게 성숙이다. 성숙한 보호자가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용기와 눈물도 필요하다. 이중인격적인 태도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매일 노력한다. 이중인격이 사라지면 학교와 어린 학생들로부터 떠날 것이다. 같이 있을 때는 잘 대해주지 못하고 비로소 뭔가를 알게 되면 떠난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지만, 그게 어른의 운명인 것 같다. 눈물이 흐른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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