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O 이겨라!” “XX 이겨라!”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7월의 햇볕은 살갗이 따가울 정도로 내려 쪼이고 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운동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청소년들은 축구 경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늘을 찾아다니며 응원하는 필자의 등줄기에서도 땀이 계곡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각 학교의 스포츠클럽 동아리 학생들을 위해 충청남도교육청에서 20여 종목을 선정해 시·군 대회를 통해 우승팀을 선정하고, 도 대회를 거쳐 전국대회까지 출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출전 선수들은 각 종목의 체육연맹에 가입되지 않은 순수 동아리 학생들로만 구성하게 됐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생활체육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아주 적정한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는 오로지 고입을 위해 오로지 학업에만 매달려야 했던 병약한 청소년들을 건강한 청소년들로 탈바꿈시켜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마침, 충청남도교육청은 2018학년도 고입시험을 폐지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부터는 고입 부담을 덜게 됐다. 현재 방과후 활동으로 불리는 보충수업도 중학교에서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 2017학년도부터는 보충수업 없는 학교의 실현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주입식 지식 위주의 학교는 효용성을 잃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 중학생들의 단순한 자유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 활동해야할 시간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제 중학교는 각종 동아리 활동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돼야 할 때를 맞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도 예전에는 단순히 축구 등 각 종목을 잘 하는 학생들을 급조해 대회에 출전시키곤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동아리 위주로 선수가 편성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직은 서너 종목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종목들이 동아리나 클럽 중심으로 각종 대회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만이 아니다. 문학, 미술, 음악 등의 예능 분야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분야들은 예전에 있던 대회조차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이들 대회가 고입이나 대입을 위한 부산물로 쓰인 사례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스포츠 리그처럼 개개인의 재능을 연마하고 견줘보는 계기가 될 필요가 있다. 또한 각종 기능 대회도 필요하다. 각 학교 등급의 수준에 맞게 로봇과 같은 첨단 품목부터 책꽂이 만들기 같은 목공기능까지 실질적으로 대회장에서 견줘보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각종 요리 대회도 어떻겠는가!
이제 우리 학생들이 책걸상에서 엉덩이로 대학을 결정하는 시대를 과감히 떨칠 때라고 본다. 오래도록 관행이었던 ‘성적지상주의’, 그로 인해 성적 중심으로 일관돼 온 학교 운영. 이제야말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해 지·덕·체·용(智·德·體·用)을 겸비하는 인물을 양성하는 학교가 돼야 한다. 청소년기에 공부만 하느라고 예·체·기능을 단 한 가지도 익히지 못해 사무업무 외에는 바보가 된 그런 인재,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쓸모 있는 인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시대의 인재치고 자신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지위와 고유 업무에 대한 자부심만 내세우고, 타인의 역할과 능력을 무시하려는 경향이 짙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세태에서는 권위가 사람을 구분 짓고, 특권의식이 사회를 병들게 만들기 마련이었다. 학교부터 지식과 성적 중심의 관행을 탈피하게 되면, 다양한 기능과 가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세계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인권이 저절로 보장되는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청소년은 어느 한 자리에 머물기를 가장 싫어하는 세대이다. 그런 그들을 하루 18시간까지 딱딱한 걸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게 만드는 교육. 지(智)는 있는데, 체(體)가 전혀 갖춰져 있지 못하고, 용(用)이라고는 공부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는 으뜸이라고 대접 받으면서 살았는데, 자기 자신조차 전혀 건사할 줄 모르는 사람. 그런 입장에서 나밖에 모르고 자라난 사람. 지금까지는 정신병자를 양산하는 병동교육에 가까웠다. 병적인 인간은 모면할 지라도 머리만 키우는 가분수적인 교육임에는 틀림없었다. 이제 ‘그들만의 리그’는 온몸을 바르게 자라게 하고, 남과 함께 어우러져 우리라는 의식을 저장해가면서 바른 인성까지 키워주는 주춧돌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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