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오·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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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오·남용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09.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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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대표적 단어중의 하나가 ‘문화’다. 최대한 짧게 정의하자면 문(文)이 화(化)한 것이 문화다. 문(文)은 주로 문장이나 글을 뜻하지만 원래는 ‘무늬’를 뜻했다. 즉 문화를 우리말로 바꾸면 ‘무늬 놓아짐’ 정도로 보면 된다. 사람이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자연적인 것에 인간 고유의 무엇인가를 더하여 무늬가 놓아진 유무형의 존재를 문화라 일컫는다. 문화는 인간만 가지는 것이기에 동물이나 식물의 어떤 습성이나 양태에 대해서는 문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사람이 땅을 경작하여(culture) 열매를 거두는 일련의 행위로부터 시작된 문화는 도중에 사라지는 것도 있고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것도 있고 지금도 이어지는 것이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문화가 하나의 재산적 가치를 형성하게 되면 문화재(財)로 분류되어 각별한 관리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문화재만 전담하는 문화재청이 있기도 하지만 문화를 다른 여러 복합체와 붙여서 관리해 오기도 하였다. 문화와 공보를 묶어서 문화공보부(1968)를 만들었고, 체육을 붙여서 문화체육부(1993)로 변경도 하였다가, 어떤 때엔 관광을 붙여서 문화관광부(1998)를 만들었고, 최종판격인 문화체육관광부(2008)가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이것은 문화의 기본 속성인 다양성과 수용성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언론도 문화에 대해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대부분의 신문 섹션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순서로 편집되고 있으며 아예 문화를 타이틀로 하는 신문사(문화일보)도 생겨났다. 

현대에 와서 문화에 대한 인식이 점차 관대해지고 이해의 범위가 넓어진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는데 이렇게 되자 이를 남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문화대혁명(1966~1976)이다. 마오쩌둥에 의해 이름 붙여진 이 혁명은 내부 권력투쟁의 한 수단으로서 문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극단적 예이다.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게 된 마오쩌둥이 반대파들을 공격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한 이 혁명은 300만명의 희생자를 내고 결국 또 한 번의 실패를 맞게 되었다.

최근 우리지역에서도 문화의 오용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홍성군에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을 설치하려는 한 사업주의 사업계획서에는 ‘홍성문화공감센터’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어있는데, 이는 공식적인 사행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마사회가 전국 곳곳에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화상경마장을 ‘문화공감센터’라고 이름붙인 결과다. 경마 도박장을 문화센터로 둔갑시킨 것도 모자라는지, 함께 (도박을) 느껴보자는 ‘공감’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였다. 이것은 비영리 단체로 순수 문화창달활동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문화센터’에게 커다란 민폐를 끼치는 일이다. 화상경마장이 문화센터라는 이름을 슬쩍 갖다 써야 하는 이유는 모르겠으나, 주목적이 화상경마라면 그에 따른 정확한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 문화라는 단어는 최소한 ‘문화답고’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곳’에 씌어져야 한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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