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으로 한 해를 마무리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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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으로 한 해를 마무리해볼까
  • 정수연<미디어활동가·주민기자>
  • 승인 2016.12.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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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2월이다. 필자가 초등학교 다녔던 시절에는 선생님께서 요맘때쯤 꼭 내어주시는 준비물이 있었다. 바로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재료였다. 문방구에서 이 재료를 세트로 팔았었는데 안에는 카드 겉이 되는 종이와 속지가 될 종이 그리고 다양한 꾸미기 재료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손수 그 시절에는 카드를 손수 만들어 나눴었다. 그 때 받았던 카드들은 예전 짐 어딘가에 아직 보관하고 있다. 죽 자라면서 손수 만들어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물건들은 더 애틋하게 보관했었다. 짬이 나면 한 번 꺼내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에는 새 다이어리를 장만했다. 필자는 스무 살 때부터 줄곧 한 회사의 같은 제품의 다이어리를 사용했었다. 또 옛날이야기지만 그 시절(그러니까 90년대 중 후반 필자의 청소년기) 때는 다이어리 꾸미는 것이 매우 익숙하고 대중적인 일이었다.

다양한 속지들과 예쁜 다이어리 표지 등 그렇게 자신의 하루하루를 모두 손으로 직접 꾸미고 남기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썼다. 그래서 필자 역시 꾸준히 다이어리를 쓰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스무 살 시절부터 쓴 그 다이어리(어느새 15권이 훌쩍 넘었다.)는 책장 한 쪽에 쭉 꽂아져 있는데 가끔 들여다보면 참 재미있다.

어린 시절의 나의 생각들을 지금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해 어쩜 그렇게 고민하고 어려워했는지 말 그대로 ‘지금 아는 것을 그 때 알았더라면’ 하는 맘이 저절로 든다. 내 지난 날 모습들 속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아이를 재우고 늦은 밤 새 다이어리와 올해 다이어리를 펼쳤다. 올해 쓴 다이어리 중에서 옮겨 두어야 할, 남겨두고 싶은 메모는 없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니 문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나는 참 생각 없이 사는구나. 아니 정확하자면 느낌 없이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말이다. 지난 어린 시절 다이어리 속에는 그 날 그 날의 일기도 많고, 책을 보면서 좋았던 구절도 적어두고, 라디오를 듣다가 나온 말들도 많이 적어두었는데 요즘의 다이어리는 그저 일정뿐이다. 해야 할 일만 잔뜩 적어둔 사이사이에 한두 줄의 내 마음을 적어 놓은 게 다인 것을 보면서 조금은 속상했다. 다시 하루하루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나로 되돌아가고 싶다. 그래서 적어도 12월 한 달이 채 안 되는 남은 날들의 다이어리 장에는 일기도 적고, 생활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도 적어보려 한다.

또 올해는 짝궁과 함께 어렵겠지만 카드 만들기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아이랑 함께 하면 좋겠는데 23개월 아들은 펜을 주면 아마도 자신만의 세계로 창작활동에만 집중 할 것이다. 멀리 사는 소식을 간간히 전했던 지인들에게 보낼 카드와 함께 일 년을 또 살아준 짝궁과 부모님 그리고 언니와 조카들에게 보낼 카드를 만들어 봐야겠다. 그리고 그 때의 생각과 느낌은 또 그 날의 다이어리에 적어놔야겠다. 올해 마지막 목표는 이렇게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연말을 보내는 것이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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