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래 애벌레의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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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래 애벌레의 집짓기
  • 박승규 전문기자
  • 승인 2018.02.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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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박사 박승규의 곤충 이야기<17>
①굴뚝 날도래 성충. ②띠무늬우묵날도래 애벌레. ③바수염날도래 애벌레의 집.

지난여름 이응노 화백 생가 앞에 흐르는 작은 개울물을 건너고 있을 때 일이다. 작은 나무줄기가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치 소라게가 소라 집을 이고 움직이는 모습처럼 작은 나무줄기를 엮은 날도래 애벌레가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도심 외곽에도 이렇게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날도래가 발견돼 어떤 종류의 날도래인지 확인해 보니 띠무늬우묵날도래였다.

날도래 성충은 낮에는 물가의 돌이나 풀 주변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저녁때가 되면 날아다니며 주로 불빛에 유인된다. 날도래 유충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술이 매우 뛰어난 곤충이다.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날도래의 종류에는 바수염날도래, 띠무늬우묵날도래, 물날도래, 각날도래, 줄날도래, 날도래 등이 있다.

①애벌레를 빼낸 날도래 집. ②날도래 유충과 날도래 집. ③집에서 고개를 내민 날도래 유충.

날도래 라는 이름은 날과 도래가 합쳐진 말로 날이라는 말은 씨실과 날실을 교대로 엮어 천을 짤 때의 날실을 의미하며 도래는 문이 저절로 열리지 못하게 하는 문빗장을 뜻한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날도래 애벌레가 어떻게 집을 짓는지 자세히 관찰 한 후 이름을 붙였을 것이라 생각하니 조상들의 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날도래 애벌레는 물이 흐르는 곳이면 어디에나 잘 산다. 물살이 매우 급하게 흐르는 계곡, 계곡 주변의 웅덩이, 산속의 깊은 시냇물 등에서 어김없이 날도래가 발견된다.

날도래는 종류마다 집을 만들어 생활하는 종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생활하는 종으로 나눌 수 있다. 물날도래과 애벌레는 집을 짓지 않고 바위 아래에 몸을 밀착해서 사는데 이 종은 흐르는 물 속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몸이 매우 튼튼하다. 줄날도래 애벌레는 흐르는 물 가장 자리에 그물을 만들어 먹이를 포획하는 종이다. 그물은 컵 모양, 나팔같이 윗부분을 넓게 만들고 아랫부분은 좁게 만드는 형도 있고 야구장갑의 손가락 모양으로 만든 모양도 있다. 그러나 가장 신기한 날도래는 집을 만드는 날도래 유충이다.

띠우묵날도래 애벌레는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집 속에 들어가 생활하기도 하지만 바수염날도래는 작은 모래를 하나하나 붙여 만든 집 속에 들어가 생활을 한다. 얼마 전 미국의 어는 생물학자가 자연스런 목걸이를 만들기 위해 바수염날도래의 애벌레 여러 마리에게 잘게 자른 보석을 넣어 주었더니 사람의 손으로는 만들 수 없는 아주 멋있는 목걸이 펜단트를 만들어 전시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프랑스 아티스트, Hubert Duprat 는 날도래(Caddisfly) 애벌레의 주얼리 디자인.

십여 년 전 강가에서 잘게 부수어 다듬어진 유리 조각을 모아 바수염날도래 애벌레와 함께 넣어 주었더니 하룻밤 사이에 멋진 집을 만들어 놓은 모습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여러분도 작은 모래로 집을 지은 바수염날도래 애벌레을 발견하면 계란 껍질을 잘게 날라 작은 그릇 속에 넣어 주고 어떤 모양의 집을 짓는지 경험해 보시면 어떨까? 아마도 필자처럼 깜짝 놀라실 것이다. 바로 이런 모양의 집을 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박승규 전문기자<내포곤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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