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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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의 갑질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8.03.2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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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살던 원룸을 비우고 이사하면서 겪었던 일이다. 기자가 그 집을 처음 구하게 된 것은 집주인이 건물 밖에 내건 현수막을 통해서였다. 주인은 그 건물의 4층에 살고 있었는데 200만 원의 보증금에 월세 28만 원의 조건으로 1년간 2층의 원룸 하나를 계약했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나중에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청소비 5만 원을 받는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었다. 청소는 집주인의 의무인데 세입자에게 받아내는 것이 맞지 않다고 지적하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그는 간단하게 무시했다.

원룸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3~4개월 정도 지나니 벽장 안에 심한 결로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바닥부분의 벽이 심하게 젖은 데다 곰팡이 투성이였다. 거기 처박아 놓았던 흰 골프가방은 벽 쪽으로 면한 부분이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기자는 옷가지와 가방, 온갖 잡동사니를 좁은 방의 한쪽 벽으로 꺼내 놓고 쌓아둔 채 정작 벽장 안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양복은 어쩔 수 없이 벽장 안에 결로가 덜한 쪽으로 걸어 놓아야만 했는데 불안했다. 겨울이 닥치고 날씨가 추워지니 결로는 더욱 심해져 가끔씩 벽을 닦아내는 정도로 참고 견뎠다.

기자는 이런 상태에 대해 진작 알리지 않았더니 집주인이 원룸을 내놓는 과정에서 발견했다며 도배를 하겠다고 했다. 집주인은 기자가 일을 나간 낮에 벽장 안에만 간단하게 새 벽지를 붙여 결로의 흔적을 감췄다. 이사하는 날 짐을 모두 차에 싣고 떠나기 전 집주인과 마지막 정산을 할 때 주인은 결로 현상 때문에 도배를 하면서 5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며 세입자 부담을 요구했다. 그는 고개를 젓고 있는 기자에게 집은 문제가 없는데 세입자가 자주 환기를 시켜 주지 않아 관리를 잘못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 엉터리 같은 논리를 반박하며 기자가 목소리를 높였더니 그것은 그냥 넘어가겠다며 한 발 물러났다. 설사 세입자에게 책임이 있다 한들 겨우 1~2m 길이로 자른 벽지를 2매 정도 붙였을 뿐인데 도배사를 불러 5만 원이나 들었다니 바가지를 씌워도 보통 바가지가 아니었다.

또 그는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청소비 5만 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것 역시 부당하다고 생각한 기자는 깨끗하게 청소했으니 줄 수 없다고 맞섰다. 실제로 기자는 전날 밤부터 화장실을 여러 번 세제와 소독수를 뿌리고 닦아냈으며 아침 일찍 짐을 다 들어낸 뒤에도 베란다와 방을 깨끗이 청소했다. 그래서 먼지나 티끌 하나 없이 만들어 놓고 나가는데 무슨 청소비를 받아야 하느냐고 따졌다. 그것도 주인은 그냥 수긍하는 듯 했다.

처음 방을 빼야 한다고 했을 때 집주인이 복비는 세입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해서 기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계약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8개월 만에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그 정도는 감수하기로 했다. 집 주인은 마지막 정산과정에서 부동산에 의뢰한 중개 수수료가 15만 원이라고 했다. 게다가 전기세와 가스비 등을 정산해야 하니 우선 150만 원만 그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바로 계좌이체를 해줬다.

그 집을 나온 다음날 그가 전기와 가스를 끊으면서 정산한 금액과 중개수수료 15만 원에 청소비 5만 원까지 제하고 나머지 돈을 보내왔다. 기자는 당장 그에게 전화로 항의했다. 청소를 하고 나왔는데 무슨 청소비냐고…. 그랬더니 그는 그런 식으로 청소한 것은 안 돼 다시 전문업체를 불러 청소하고 있다며 청소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겠다고 했다. 기자는 세입자가 조그마한 방 하나 쓰면서 집을 더럽혔으면 얼마나 더렵혔다고 그러느냐? 더 이상 깨끗하게 하든 왕궁을 만들든 그것은 주인의 몫이지 세입자에게 다 전가시키는 법이 어니 있냐고 따졌다. 그래도 듣지 않은 그에게 홍주신문에 당장 고발기사를 쓰겠다고 하니 결국 꼬리를 내리고 곧장 5만 원을 추가로 보내왔다. 참, 집주인의 갑질 너무 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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