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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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에 살으리랏다
  • 최복내 <숲속의힐링센터 숲 해설가>
  • 승인 2018.05.0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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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에서 오랫동안 공무에 시달리다가 퇴직도 다가오고, 나 어렸을 적 고향의 향수가 나의 마음을 지배해 온다. 그래서 향수를 달래줄 친자연적인 곳이 어딜까? 숙고 끝에 출가한 딸이 머물고 있는 이곳 홍성에 뿌리를 내린지도 7년이 되었다. 온화한 기후에 산과 들판 그리고 바다가 잘 어우러져 있고, 철 따라 무공해 자연식품을 손쉽게 채취해 미각을 돋으며 이웃과 정겹게 살아갈 수 있는 이곳에서 모처럼의 여유 속에 책을 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들길을 걷듯 천천히 발을 옮긴다. 오늘은 나의 마음속에 커다란 여유가 생겼다. 사람은 주위의 구속에서 벗어나올 때 희열을 느낀다. 자의든 타의든 괴로움이든 기쁨이든 대상에서 너무 묶여 있다는 것은 고통이라 할 수 있다. 오늘은 유난히 봄 하늘답지 않게 높고 푸른 하늘이 조용히 흘러가고 나의 마음속에는 아무것도 없는 空으로 꽉 차 있다. 세계는 무제한으로 터진 대공간이다. 그 공간속에 놓여있는 나는 또 하나의 공간을 소유한 생물이다. 허허한 광막(廣漠)과 우주에 쌓여있는 나는 절대의 무 앞에서 무의 법열을 느낀다. 무는 인간의 영원한 고향이다.

대도시에서의 회의적이고 각박한 삶에 오랫동안 순응하며 살아온 탓일까? 이곳 홍주에서의 삶은 대도시에서의 그것들과 근본적으로 비교가 된다. 언제든지 작정만 하면 교육을 이수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이곳 홍주, 읍내라곤 하지만 몇 발자국만 밖으로 돌리면 다정한 친구의 정다운 손길과 같은 자연이 내 곁으로 다가온다.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 한다면 봄은 꿈과 청춘의 계절이다. 청춘을 맘껏 노래하며 예찬하고 싶은 충동마저 인다.

산 언저리에 앉아 화사한 벚나무의 만발한 꽃 사이에 앉은 새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훈훈한 봄바람이 다가와 가슴을 어루만진다.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순결하고 순수한 봄의 꽃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들 봄꽃처럼 순수하게 살아간다면 미움도 다툼도 원망도 없는 일체감으로 순수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가을의 사색에서 인생을 논한다면 봄의 향기 속에서 생의 설계를 하며 우리의 이 아름다운 홍주에서 손에 손잡고 함께 삶을 이야기해 보자. 두어 사발의 막걸리를 마시면서 말이다. 나는 홍주라는 옛名에 더 애착이 간다. 애착이 가는 만큼 아름다운 홍주를 현실과 마음의 고향으로 가슴깊이 품고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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