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의 땅 충남, 그 중심은 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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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의 땅 충남, 그 중심은 홍성”
  • 한기원 기자
  • 승인 2025.10.23 06:37
  • 호수 913호 (2025년 10월 23일)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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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6700여 명 피해 인정, 피해자 3명 중 1명 충남 거주
석면 광산·슬레이트 잔재 여전… 홍성은 여전히 ‘핵심 피해지’
충남 홍성군 광천 석면광산 제3광구 모습.

 

끝난 줄 알았던 석면피해, 아직 진행 중

[홍주일보 홍성=한기원 기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공개한 ‘석면피해 및 특별유족 인정현황(2025.9.30. 기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6~2025) 전국 석면피해 인정자 수는 6700여 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충남도가 2613명으로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홍성군이 단일 지자체 기준 피해 최다 지역으로 나타났다.

충남은 국내 폐석면광산이 가장 많이 분포한 지역이다. 특히 홍성군은 광천·장곡·금마·갈산 등지에 석면광산과 불법 매립지가 확인된 바 있으며, 슬레이트 지붕이 남아 있는 농가 주택도 여전히 많다. 

이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홍성은 석면피해구제제도의 대표 사례지로 꼽혀 왔다.

 

석면피해, 2022년 정점 찍고 감소세

최근 10년간 석면피해 인정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 470명에서 △2018년 569명 △2020년 687명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2022년에는 1018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3년 874명 △2024년 637명 △2025년(9월 기준) 315명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는 제도적 정비와 심의 속도 조절의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석면질환의 잠복기가 30년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감소로 보기 어렵다”며 “잠복 피해가 여전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피해자의 88%가 60대 이상으로, 산업현장에서 석면을 다뤘던 세대들이 노년기에 접어들며 증상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남성이 전체의 67%를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생활환경 노출로 인한 여성 피해도 늘고 있다. 특히 노후 슬레이트 지붕, 창고, 축사 천장 등 농촌지역 구조물에 남은 석면이 여전히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철거로 끝 아냐”… 지역사회 역할 절실

홍성군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석면 안전지도를 제작하고 피해자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현재도 슬레이트 철거 및 처리 지원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행정 대응이 ‘철거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홍성예산환경운동연합 김미선 사무국장은 “석면 문제는 철거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피해자 건강검진과 노출 이력 데이터베이스 구축까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 고령층 가운데는 정보 부족으로 구제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지원과 행정 안내를 강화해 피해자들이 실제 구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주신문은 창간 이래 석면 문제를 꾸준히 다뤄왔다. <일제시대 아시아 최대 석면광산 충남, 안전지대일까?>, <국내 최대 석면피해지역 충남, ‘석면피해기록관’을 세우자> 등 기획보도를 통해 지역사회의 관심을 이끌어 왔다.

이번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지역의 과제를 다시 일깨운다. 피해는 끝나지 않았고, 관심도 멈춰서는 안 된다. 지속적인 관리와 세심한 대응만이 ‘석면 없는 홍성’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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