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사 선거, 혼전 속 맥락짚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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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지사 선거, 혼전 속 맥락짚기
  • 이병희 공주대 교수
  • 승인 2010.05.2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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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뉴스-정치학자 참여관찰, 충남도지사 후보 편


6.2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 선거전은 국민중심연합과 진보신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 당초 예상했던 5파전이 아니라 3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은행장과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낸 한나라당의 박해춘 후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민주당 최고의원인 안희정 후보, 그리고 대천, 서산 시장을 지내고 현역 국회의원인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주요언론사 여론조사의 대부분이 후보들의 정책에 관한 여론조사보다는 인물 중심에 치우쳐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로 안희정 후보와 박상돈 후보가 선두를 다투는 가운데 박해춘 후보가 뒤따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0 국민의식조사 지역별 유권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충남지역의 정당지지율은 자유선진당(25.8%), 민주당(22.8%), 한나라당(21.2%) 순이었고, 후보자의 지속적 지지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지지(57.6%), 바꿀 의향 있다(32.9%)로 조사되어서 부동층이 많은 상태라 할 수 있다.

세종시 원안 추진과 수정안의 대립

자유선진당은 박상돈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했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혼전양상을 띠고 있어 텃밭인 충남에서 당의 사활이 걸린 승부를 해야 하고 민주당 안희정 후보는 이번 선거로 친노 진영 부활의 시험대에 섰다. 또한 한나라당도 당선이 확실시 되던 이완구 전 지사의 공천에 실패했고 충남도지사를 비롯한 충청지역의 기초단체장이 야권으로 넘어갈 경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충남도지사 선거는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이완구 전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어느 누구도 확고한 우위를 점하지는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의 최대 이슈는 세종시 원안 추진과 수정안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는 세종시 수정안이 도민과 충남발전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적극적인 지지를 밝히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 안희정 후보는 세종시는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이며 수정안은 행정도시의 백지화라고 강조하고 세종시 원안만이 지역을 발전시키고 지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임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고, 자유선진당의 박상돈 후보도 세종시 원안사수를 선거전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 밖에 안희정 후보와 박상돈 후보는 주로 복지정책을, 박해춘 후보는 지역경제 발전 공약을 강조하면서 경제 살리기, 사회복지, 교육 환경문제에도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민들 "표 쏠림 현상 느끼지 않아"

공주에서 만난 한 시민은 "세종시 수정안에 절대로 찬성 할 수 없으며 이번 선거는 세종시 문제가 선거 판세를 결정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른 한편 홍성 지역의 한 대학생은 "(자신은) 한나라당 성향은 아니지만 도청이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집권 여당 출신의 도지사가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모두 세 후보의 세종시 문제를 제외한 다른 공약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충청도 토박이임을 자처하는 또 다른 유권자는 세종시 논란이라는 확실한 이슈가 있는데 비해 주변에서 특정 후보로의 표쏠림 현상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을 이해하려면 선거가 발생하고 있는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맥락(context)은 선거에서 흔히 말하는 바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웃의 의견이 각 시민의 의견을 형성하는 원인이 되고 더 나아가, 바람 즉 집단메시지가 각 유권자의 투표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충남의 민심은 일단 지역 정서상 자유선진당이 유리하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이름으로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선 친노인사가 9명이나 되는 가운데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추모 열기가 재현되는 바람을 타고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안희정 후보가 상당한 지지율의 상승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이완구 전 지사 후원 박해춘 성적표 관심

또한 충남지역민들의 높은 선호도로 당선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출마한 이완구 전 지사가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인지도 면에서 다소 불리하다고 볼 수 있는 정치 신인 박해춘 후보가 이 전 지사의 지원 입김에 어느 정도 힘을 받을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과거 충남 지역의 선거결과를 보면 다른 지방에 비해 당성향이 투표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선거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지역구 과반을 차지했었으나 2006년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이 충남지사와 기초단체장 6명을 당선시켰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자유선진당이 10개 지역구 중 8개를 휩쓸었다.

6.2 지방선거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하고 세종시 문제의 당사자인 충남지역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다는 점에서 보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도 변수가 될 수 있고, 투표 전까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강한 충청 지역의 특성상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세 후보는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유권자가 다른 후보를 선택할 때 따를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하며 치열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26대 미국대통령 테어도어 루즈벨트는 투표란 소총과 같아서 그 유용성은 사용하는 사람의 성격에 의해 좌우된다고 했다. 남은 기간 동안 충남 도민들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향하든지 이번 6.2 지방선거가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지역살림꾼을 뽑는 민주주의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디트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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