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들판
상태바
가을들판
  • 이봉연 (한국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0.09.10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뉴월 염천과 모진 태풍을 딛고
일어선 벼 이삭들
서로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팔을 엇거러
서로 상대방의 손을 잡고
고생했다 고생했다고
조용히 속삭입니다
조용히 일어나서
가을 들판을 가득 메운
벼이삭들은
촛불을 들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촛불을 들고 나오지 않은 벼이삭들은
스스로가 촛불입니다
노랗게 스스로를 태우는
뜨거운 촛불입니다

우레 같은 함성을
속으로 응축시키고
기도보다 거룩한 말씀으로
들판 가득 환하게 밝히는
뜨거운 촛불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