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교사, 작은 시골학교 아이들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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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교사, 작은 시골학교 아이들과 만나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10.1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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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성초 이은숙 교사


"따뜻한 보살핌으로 학교 전체가 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생소하면서도 정겨움이 느껴진다."

광성초등학교(교장 김철환)에 지난 9월 1일부터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게 된 이은숙 교사의 말이다.

이은숙(필명 이은강) 교사는 서산 출신으로 1977년 서산 운산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은 후 30여 년간 대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지난 2월 명예 퇴직했다. 고향인 서산시로 귀향해 부군과 함께 농장을 경영하던 중 광성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게 되면서 4학년 학생들 7명의 담임을 맡아 소박하고 진솔한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현직에 있을 때부터 글쓰기에 정진해 첫 번째 동화 〈해바라기 할아버지와 초록등불〉로 창주문학상을 수상했고,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되어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저서로는 〈미안해, 정말 미안해〉,〈아흔 아홉 우리 할머니〉,〈큰누나 일순이〉가 있다.

도시교사로서 30여년 간 근무해 온 이 교사의 눈에 비친 작은 시골학교인 광성초등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갑자기 궁금해져 학교로 찾아가 이 교사를 만나봤다.

"시골학교에 근무하게 되면서 많은 상상을 했다.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많을 것이라는 것과 시골학교 특성상 전원학교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 어우러진 학교를 상상했다."

하지만 이 교사가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 광성초등학교의 모습은 폐교위기에 처한 시골학교 특성상 지원이 부족해 열악한 시설에 가슴이 아팠다. 인조잔디 운동장이 아닌 흥건히 물이 고인 운동장의 물을 퍼내기 위해 논바닥에 물길 내듯 운동장을 빙 둘러 물빠짐 길을 내느라 여념이 없는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들…. 가짓수가 얼마 안되는 낡은 책들이 있는 도서실.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시골학교가 가슴 아팠지만 이 교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쉬는 시간. 교실 뒤편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소꿉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너는 엄마, 나는 아빠.󰡑 아이들이 이러한 모습에 이 교사는 너무도 놀랬다고 한다. 도시 아이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너무도 순수하고 맑은 모습으로 소꿉놀이 하는 모습이 이제는 사라진 잊혀진 얘기인 줄 알았다고 한다. 또 다시 이 교사를 놀래킨 사건이 있었다.

담임을 맡은 전체학생 7명인 4학년 아이들의 꿈 이야기 시간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저마다 야구선수, 치킨집 아주머니, 자동차정비공 등 도시 아이들이 말하는 디자이너, 의사. 컴퓨터프로그래머와는 차이가 너무도 나는 시골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꿈에 이 교사는 순수한 마음으로 생각 했을때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생각에 너무도 예뻤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것을 체험하지 못하는 아이들이기에 다양한 꿈을 꿀 수 없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또한 소인수이다보니 수업시간에 그룹 활동 수업을 할 수 없고 학습발표회 등을 할 때 반 전체 학생이 참여하다보니 아이들이 발표해도 지켜봐줄 친구들이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학교에 새롭게 지원된 통학버스가 들어오는 첫날. 눈을 반짝이며 신기한 듯 달려나가는 아이들 모습에서 도시 아이들이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부분에 대해 순수함이 느껴지지만 안타까움이 앞섰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무색하게 하고 학교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한 것은 따뜻함으로 가득한 정이 넘치는 학교라는 것이다.

이 교사는 "시설적인 면에서 도시학교보다 열악하지만 농촌학교만의 자연환경이 있다는 것과 식사시간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반찬을 올려주는 선생님들, 소소한 가정사를 이야기 할 만큼 학교전체가 한 가족이라는 것이 여느 도시학교에서는 절대로 볼 수없는 정감있는 풍경"이라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이어 읍지역 학생들이 광성초에 진학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것 같다고 말한다.

이 교사는 "에스컬레이터를 처음 봤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위해 글쓰기 지도와 함께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주고 그동안 못해본 것들을 다양하게 체험하게 해줄 계획"이라며 앞으로 바빠질 것 같다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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